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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다 만 부동산 규제 ‘대못’ … 당정, 또 손발 안 맞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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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국토해양부가 추진해 온 부동산 규제 완화를 신중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야당이 반대하고, 정부 안에서도 일부 다른 의견이 있는데도 급하게 추진됐다는 판단에서다. 이재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협의를 마무리해 정부 방침을 확정할 것”이라며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국토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입장에선 ‘신중한 추진’이지만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 때문에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그간의 추진 과정=시장이 기대했던 주요 정책은 시행이 일단 미뤄졌다.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 폐지, 서울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신규 분양주택에 대한 양도세 5년간 면제 등이다. 국토부·기획재정부·한나라당이 이미 합의했던 사안인데도 유보된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가뜩이나 국회 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야당이 반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기에는 부담스러워 정치권과 최대한 협의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청와대 경제 참모들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도 보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국토부의 업무보고 이전의 추진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국토부가 17일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 의지를 밝히자, 김동수 재정부 차관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19일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지금은 부동산 투기보다 자산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시기”라며 “현행 부동산 규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21일 “투기과열지구는 강남 3구만 남았는데, 지금처럼 집값이 떨어지는 와중에 남겨 놓는 것은 경제 원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부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는 이번에 정상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정부와 여당 책임자들의 잇따른 발언이 뒤집히면서 시장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급매물이 다시 나올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윤오수 한국주택협회 부회장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원칙을 갖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경제적으로 시급한 정책을 정치적인 판단 때문에 미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부가 시장 상황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시장은 더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확정된 규제 완화=아파트 전매금지 기간이 짧아진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서울·인천 등 16곳)에선 중대형(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 전매금지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판교 신도시의 중대형(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는 입주 후 즉시 팔 수 있게 된다. 입주만 하면 무조건 3년이 지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중소형(85㎡ 이하)의 전매금지 기간은 7년에서 5년으로 줄어든다. 과밀억제권역이 아닌 곳에선 중소형은 5년에서 3년으로, 중대형은 3년에서 1년으로 완화된다. 과밀억제권역이 아닌 파주·안산·김포·화성·평택 등에선 중대형 아파트 분양권을 입주 전에 사고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청약해 당첨된 적이 있으면 3~10년간 재청약을 금지하는 규제도 2년간 한시적으로 폐지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도 대폭 해제한다. 서울 뉴타운 지역, 수도권 택지개발지, 충청권 행복도시 주변, 기업·혁신도시 주변이 우선 해제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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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분양 펀드가 사들인 주택의 가격이 떨어지면 대한주택공사가 매입해 주기로 했다. 정부가 미분양 펀드의 수익을 일부 보장해 주는 셈이다. 미분양 펀드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가 산 미분양 주택은 저소득층 임시 거처로 활용된다. 영구 임대주택 관리비는 2010년까지 지금보다 40% 인하된다. ‘주택 바우처’ 제도가 도입돼 저소득층은 정부가 준 바우처로 임대료를 내면 된다.

사회간접자본(SOC) 조기 투자=경기 부양을 위해 4대 강 유역 정비를 비롯한 ‘한국형 뉴딜 10대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내년에 총 45조원이 투자된다. 국토부는 65만 개의 일자리와 79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경인 운하는 내년 3월 수자원공사가 맡아 조기 착공한다. 민간 건설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 감안됐다. 2011년 완공 목표다. 부산 북항 재개발은 예정보다 4년 앞당겨 2015년까지 끝내기로 했다. 재정과 민자를 통해 8조5000억원이 투자된다. 댐을 추가로 만드는 방안도 추진한다. SOC 건설 공사를 서둘러 경기를 살리겠다는 뜻이다.

김영훈·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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