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터널 불안한 사회 - 부도.자금압박 기업인.상인등 연쇄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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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인.상인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가 하면 채권.채무를 해결사를 동원,사적(私的)으로 해결하려는 살인.납치.폭행등 강력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또 상거래 과정에서의 금전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상대방을 사기등 혐의로 고소하는 사례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살인.자살=경기도연천군 한 빌딩 지하에서 쇼핑센터를 운영하던 이규중(李圭重.45)씨는 25일 오후 건물주인 李상혁(48)씨에게 은행대출 보증을 부탁했으나 거절하자 흉기로 가슴을 찔러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긴급체포됐다.

또 의류제조업을 하는 吳인문(40.서울성동구하왕십리동)씨는 25일 오후10시쯤 사업부진으로 빚을 갚지 못한 것을 비관,서울 한남대교에서 한강으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향 선배 李모(49.전북전주시덕진구)씨는“吳씨가 장

사가 안돼 2억여원의 빚을 진데다 빚보증을 섰던 형의 집이 가압류된 것을 크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18일엔 장사가 안돼 종업원 6명의 임금을 주지 못하고 7천여만원을 빚지게 된 식당주인 金두섭(43.서울관악구봉천동)씨가 자신의 식당에서 목매 숨지는등 채무.사업실패 문제로 1주일새 6명이 숨졌다.

◇감금.폭행=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21일 3천만원을 빌려준뒤 5개월만에 12억원을 갚으라고 강요하다 채무자의 전 남편(45.회사원)을 승용차에 태워 납치,여관에 22시간동안 감금한 혐의로 사채업자 李기봉(30.서울강동구길동)씨등

4명을 구속했다.채무자 李모(41.여)씨는 지난해 11월 사업자금에 쪼들린 나머지 3천만원을 빌려쓰고 하루 복리 1할의 이자를 주기로 계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소 급증=기계부품을 납품하는 宋모(40)씨는 지난해 7월 金모(44)씨에게 부품 2천4백만원어치를 납품하고 1천5백만원짜리 가계수표를 받았다가 부도나자 경찰에 金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8개월동안 도피생활을 하던 金씨는 지난주 검거됐다.

종업원 8명을 데리고 전자부품을 제작,납품하는 李기현(49.서울광진구구의동)씨는 지난해 9월 가계수표 계좌를 개설했으나 3개월뒤인 12월 30일 잔고 부족으로 처음 부도낸뒤 1억5백여만원을 막지 못해 지난 19일 구속됐다.

대검 집계에 따르면 95년 28만6천여건이던 사기사건이 지난해엔 34만9천여건으로 22%나 늘어났다.

서울 동부경찰서 박승수(朴昇洙.33)조사계장은“하루 고소되는 사기사건이 20여건에 이르지만 대부분 채권.채무등 상거래와 관련된 것들이다.경제가 좋아질 때까지 이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우.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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