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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감독 되고 싶다" 꿈 이룬 메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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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을 맡아 2006년 독일월드컵에 출전하고 싶다."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 알아인 클럽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한 자리에서 브뤼노 메추 감독은 자신의 희망을 명확히 밝혔다. 6개월이 지난 5월 30일 그는 마침내 꿈을 이뤘다.

메추 감독은 지난해 초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과 함께 거스 히딩크 감독의 후임으로 추천됐으나 당시 알아인과 계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으로 올 수 없었다. 메추 감독은 당시 기자에게 "나는 알아인에서 아시아 클럽 챔프라는 꿈을 이뤘다. 다음 목표는 새로운 팀을 이끌고 독일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다. 내년에 내가 한국으로 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인터뷰가 나가자 정몽준 축구협회장이 큰 관심을 표시했다. 이후 축구협회가 급박하게 움직였다. 당시는 베트남과 오만에 연패, 코엘류 감독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던 시점이었다.

협회는 메추와 스콜라리 등 10명의 감독 후보를 발표하고, 다시 4명으로 압축한 뒤 지난주 이회택 기술위원장 일행이 이들을 현지에서 면접했다. 그러나 애초 메추를 감독으로 내정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프랑스 출신의 메추 감독은 프랑스 리그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뛰었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한 '잡초형 지도자'였다. 그러나 2001년 세네갈 대표팀을 맡아 2002월드컵에서 '8강 신화'를 이끌었고, 이후 알아인으로 옮긴 뒤 2002~2003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국내리그 3연패를 달성했다.

록 뮤지션을 연상시키는 치렁치렁한 파마 머리가 인상적인 그는 자유분방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성품으로 선수들을 이끄는 인화력이 돋보인다. 훈련 때는 콘(위치를 표시하는 원뿔)을 직접 놓고, 재활 중인 선수와 볼 리프팅을 함께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리 뛰어나지 않은 선수들을 조련해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그는 카타르.스페인 등 여러 클럽에서 러브콜을 받았음에도 연봉 제시액이 적은 한국을 택한 것은 월드컵 무대를 다시 한번 밟고 싶다는 '목표' 때문이었다. 메추는 자신을 면접한 기술위원들에게 "2002월드컵 4강 이상의 성적을 내고 싶다"며 "한국은 전에는 매우 겸손한 팀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고 한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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