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도>46. 서구의 음악 프로듀서 누가 있나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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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음악에 필요한 건 오직 귀(All You Need Is Ears)'란 명구를 남긴 프로듀서 조지 마틴이 없었더라면 비틀스의 전설은 불가능했을 것이다.팝스타 마이클 잭슨 역시 퀸시 존스라는 걸출한 프로듀서가 있었기에 승천이 가능했

다.영.미 대중음악은 한마디로 프로듀서라는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와 같다.한국과 달리 영.미에선 록의 태동기인 50년대부터 프로듀서 개념이 확립됐고 이들의 천부적 재능과 독창적 아이디어가 변화무쌍한 록계의 흐름을 주도해왔다.

최초의 본격적인 프로듀서는 50년대 슈프림스등 스타그룹을 키워낸 필 스펙터다.그가 편곡한 노래는 처음은 조용히 진행되다가 차츰 소리가 뭉치고 쌓여 마침내 거대한 벽을 이룬다고 해'월 오브 사운드(소리벽)'라는 별명을 얻었고 여기서

프로듀서의 존재가 정립된다.이 방식은 60년대 뮤지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70년 비틀스의 마지막 1위 싱글'롱 앤드 와인딩 로드'에 깔린 장엄한 배경음은'소리벽'의 대표적 예다.

이어 프로듀서의 진가를 보여준 사람은 비틀스의 명반들을 연출한 산파 조지 마틴이다.67년 걸작 '서전 페퍼스 론리 허츠 클럽 밴드'에서 교향악을 도입,그때까지 대중오락으로만 치부돼온 록음악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극찬을 받았다.그는

지난 95년 25년만의 비틀스 신곡 '프리 애즈 어 버드'에도 프로듀서로 참여,존재를 알렸다.

엄청난 상업적 성공과 직접 가수로도 활동한다는 점에서 프로듀서의 차원을 높인 사람은 퀸시 존스다.솔과 재즈에 탁월한 이해력을 바탕으로 세미 데이비스 주니어나 프랭크 시내트라등 60년대 스타부터 1억장 이상 팔린 마이클 잭슨의 83년 앨범 '스릴러'까지 프로듀서를 도맡아온 그는 81년 3천만장 이상 팔린 앨범 '두드'를 낸 인기가수이기도 하다.

그의 영광은 휘트니 휴스턴.토니 블랙스턴.에릭 클랩턴등 90년대 스타들의 히트곡을 도맡아 편곡하는 프로듀서겸 싱어송라이터 베이비 페이스에게로 계승돼 흑인 프로듀서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강찬호 기자〉

<사진설명>

마이클 잭슨등 스타들의 프로듀서겸 가수로 이름난 퀸시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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