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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주요정책 좌초 뒤엔 장관 흔드는 관료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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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꽃이라 할 1급 공무원들이 줄줄이 사표를 내고 있다.교육과학기술부 1급 공무원 9명이 스타트를 끊었다.

왜 교육부가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일까.이명박 대통령의 교육과학부에 대한 분노가 배경이라고 한다. 교육과학부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중앙SUNDAY가 취재했다.

교육과학기술부 1급(차관보급) 공무원 9명 전원이 16일 사표를 내면서 관가는 인사 태풍에 휩싸여 있다. 국무총리실·농림수산식품부·외교통상부의 1급 30여 명도 약속이나 한 듯 줄줄이 사표를 냈다. 도대체 교과부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왜 교과부는 고위 관료 물갈이의 진원지가 된 것일까.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9일 4ㆍ19 관련 단체들을 돌며 일일이 고개를 숙였다. 교과부가 일선 학교에 배포한 현대사 동영상물 ‘기적의 역사’에서 ‘4ㆍ19 혁명’을 ‘4ㆍ19 데모’로 표기한 데 대한 사과였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핵심 인사는 “안 장관이 시민단체를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는 장면은 이명박 대통령을 격노케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분노가 안 장관에 대한 질책→교과부 관료의 사표 수리→각 부처 확산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이어지는 핵심 인사의 전언. “현대사 동영상은 좌파 역사관 청산 작업 차원에서 이 대통령이 추진 계획을 보고받고 관심을 갖고 있었던 사안이었죠. 그런데 교과부는 두 달 동안 3600만원의 예산을 써서 고작 수십 년 전의 대한뉴스 자료나 짜깁기한 엉터리 동영상을 만들었어요. 그래 놓고 장관이 시민단체를 찾아가 머리를 숙이고 있으니 어떻게 분노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대통령은 민주화와 산업화 세력의 결합을 원하는데 동영상은 우리를 민주화와는 무관한 세력으로 만들었다”며 “대통령 관심 사항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교과부에 아직까지 ‘이해찬 5인방’이 있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개 숙인 장관’ 파동은 ‘교과부 장관이 관료들에게 포위돼 장관이 옴짝달싹 못하는 부처’라는 인식을 청와대에 심어줬다.

정부 사정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현 정부의 초대 교육수장인 김도연 전 장관이 낙마한 후 교과부를 주시해 왔다”면서 “일부 교육 관료들이 장관이 코드에 안 맞는다며 장관의 약점을 외부에 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병만 장관도 예외가 아니다. 이 관계자는 “안 장관을 놓고서도 내부에서 ‘고령이라 얘기를 들어도 잘 까먹는다’ ‘학습 인지 능력이 없다’는 식의 악성 루머를 지어내고 있었다”면서 “가만 놔두면 안 장관도 앉아서 당할 지경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중앙SUNDAY는 최근 ‘교과부 고위 공무원 인적 쇄신 배경 및 사례’라는 정부기관의 문건을 입수했다. 이 문건은 “교육개혁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아 최근 VIP(이 대통령을 지칭)가 부처 장관을 질책한 바 있다” “BH(청와대)에서는 과거 정부에서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해온 인물들이 현 정부 정책을 가로막고 있다고 판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대통령에게 2009년은 정권의 명운을 가를 분수령이다. 지방선거의 해인 2010년 이후는 현실적으로 레임덕(집권 후반기의 권력 누수 현상)에 대비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내년 한 해뿐이다. 교육개혁을 포함한 각종 개혁 작업을 속도전으로 완수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이 대통령에게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일부 관료들은 이 속도전을 감당해낼 수 없다는 게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핵심부의 상황 인식이다. 결국 이 대통령의 분노를 촉발한 교과부가 첫 번째 희생양이 됐고, 국장들에게 휘둘렸던 안병만 장관은 오히려 힘을 얻게 됐다.

교과부는 이념이 대립하는 대표적인 정부 부처다. 일부 교과부 고위 관료들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승승장구하며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통치철학을 받들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지난 1년간 살아남았다. 그러나 결국 이명박 정부의 메시지는 “인간에게 어떻게 영혼이 없을 수 있느냐”였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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