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마켓 랠리 이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93호 26면

슬금슬금 오른 코스피 지수가 어느새 1200을 넘보고 있다. 불안하긴 했지만 지난주 내내 상승세가 이어졌다. 미국 시장이 하락해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도 보여줬다. 한국판 ‘뉴딜’과 미국 자동차 ‘빅3’에 대한 지원, 국내외의 파격적인 금리 인하 등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이미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는 실물경기를 어떻게든 지탱해 보려는 노력들이 전형적인 베어마켓 랠리를 이끌어낸 것이다. 1340, 혹은 1500까지로 반등 폭을 높여 잡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아직은 사방이 지뢰밭이다. 코스피는 10월 24일의 연중 최저치(938)보다 26% 상승했다. 장중 최저치였던 892와 견줘보면 상승률이 32.4%에 달한다. 과거 나타났던 베어마켓 랠리에 크게 뒤지지 않는 상승률이다. 주가가 더 오를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기업실적과 경기 변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모두가 나빠질 것을 각오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 폭이다. 기업과 가계 모두 경기가 하루하루 나빠진다고 아우성이다. 가동 중단과 감산이 잇따르고, 거리엔 텅 빈 상가와 사무실이 늘어간다.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은 더 걱정이다. 침체에 빠져든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에 대한 수출 감소분을 메워줄 시장이 없다.

특히 중국이 걱정이다. 중국의 11월 수출이 2.2% 줄었지만 한국의 대중 수출은 33%나 감소했다. 한국의 중간재와 부품이 중국산 완성품으로 탈바꿈해 전 세계로 수출되는 무역 분업체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수출 둔화로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감소할 경우 한국이 입는 타격은 그보다 몇 배 클 수밖에 없다.

자동차 ‘빅3’에 대한 지원 확정으로 예고된 호재의 약효가 다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 지원이라는 부분마취제에 취해 있던 시장이 다시 새로운 악재를 찾아 나설 가능성이 크다. 벌써 세계 최대 기업인 GE의 금융자회사 GE캐피털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됐다. 카드와 학자금 대출, 할부금융 등 다른 잠재적인 악재도 모습을 드러낼 때를 기다리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두가 최근의 상승을 베어마켓 랠리로 본다는 점이다. 말뜻 그대로, 장기 하락 추세에서의 일시적 반등으로 보는 것이다. 상승세가 불안한 것도 모두가 한발을 뒤로 뺀 채 시장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분위기가 이상해지면 앞다퉈 시장에서 등을 돌릴 채비를 단단히 갖추고 있다. 베어마켓 랠리보다는 그 이후를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