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40돌 맞는 유럽연합 - 마지막 관문 단일통화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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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하나의 유럽'을 향한 역사가 25일로 40돌을 맞았다.57년 3월25일 서독.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벨기에.룩셈부르크등 6개국으로 출범한 유럽경제공동체(EEC)가 출발점이다.

그러나 오늘의 유럽연합(EU)에 이르는 동안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70년대에는 정치적으로 미국과 소련의 견제를 받기도 했으며,어렵게 마련한 유럽통합조약(일명 마스트리히트조약)이 회원국들의 비준을 받는데 무려 2년이 걸렸다는 점이

그런 일면을 말해준다.공동예산 사용을 놓고 회원국간 마찰도 잦았다.

통합의 당위성이 득세했다가 다시 반대여론에 밀리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으며,이런 모습은 최대 현안인 단일통화 시행문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경제적 통합의 마지막 관문으로 일컬어지는 단일통화를 놓고 말들이 보통 많은게 아니다.단일통화 도입을 위해서는 15개 회원국들의 상이한'경제적 키'를 비슷하게 맞추어야 하는데 이를 두고 나라별 이해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마스트리히트조약은 그 기준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이내,공공부채는 60%이내로 정해놓고 있다.자격심사 시점인 97년까지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회원국 정부들은 수년전부터 재정적자 축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이 되면 맬컴 리프킨드 영국 외무장관의 지적처럼'단일통화 가입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통화안정을 위해 엄격히 정해놓은 가입기준은 결국 납세자의 부담증가와 사회복지제도의 축소로 나타나고 있어 여기저기서 강한 저항에 부닥치고 있다.

정부의 의료비 지출 삭감에 반발한 최근 프랑스 의사들의 파업이나,정부보조 삭감에 반발한 독일 탄광노동자들의 시위등 저항과 충돌이 끊임없이 일어나고있다.오는 6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EU 정상회담에서도'확정됐지만 여전히

유동적인'단일통화 문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될 전망이다.

문제는 통합을 향한 역사가 40년에 달했지만 그 과실은 이렇다할게 없다는 불만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가장 중요한 경제지표인 실업률의 경우 대부분의 나라에서 10%를 웃돌며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다는 불평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향후 EU의 앞날을 회색빛으로 보는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미셸 로카르 전 프랑스 총리가 최근 EU 40주년을 기념하는 한 모임에 참석,“EU의 장래에는 비전이 없다”고 개탄한 것이 그런 분위기를 전해준다. 다분히 정치적 필요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동구 10개국으로의 회원국 확대 문제도 종국엔 경제적 부담을 놓고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상복 기자〉

〈EU연표〉

▶57.3 유럽경제공동체(EEC)탄생

▶67.7 EEC.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를 통합한 유럽공동체(EC)출범

▶68.7 회원국간 관세철폐 위한 관세동맹 완성

▶73.1 영국.덴마크.노르웨이.아일랜드등 4국 EC 추가 가입

▶79.3 유럽통화제도(EMS)발족

▶87.7 단일유럽 의정서 발효

▶91.12 네덜란드,마스트리히트 정상회담에서 유럽통합 조약 합의

▶92.5 프랑스,회원국중 마스트리히트 조약 첫 비준

▶93.1 EC 12개국과 EFTA 7개국 유럽 단일시장 발족

▶93.11 마스트리히트 조약 발효

▶95.1 스웨덴.오스트리아.핀란드 EU 가입.현 15개 회원국 체제 완성

▶95.12 정상회담서 단일통화 이름'유러(Euro)'로 명명

▶99.1 단일 통화 시행 (예정)

<사진설명>

'유러'라는 단일통화를 찍어내 프랑스 일부에서 시험 사용에 들어가는등 99년 통화통합을 위한 하드웨어적 준비는 차질없는 듯 보인다.문제는 과연 몇나라나 단일통화에 참여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15개 회원국중 6~7개국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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