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원의 러브 터치] 배우자 발 씻겨줘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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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가 되면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이 생각난다.

짐과 델라는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젊은 부부다. 짐에게는 부친이 물려준 귀한 금시계가, 델라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아름다운 머리칼이 있다. 가난한 부부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서로에게 줄 선물을 살 돈이 없다. 궁리 끝에 델라는 머리칼을 잘라 팔아 짐의 시곗줄을 사고, 짐은 금시계를 팔아 델라의 머리핀을 산다.

크리스마스 날, 둘은 선물을 교환하고,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광경을 연출한다. 풍성하고 길던 머리칼이 없어진 델라는 머리핀을 꽂지 못하고, 시곗줄을 받은 짐은 금시계가 없으니…. 그러나 부부는 머리는 금방 자라고, 금시계는 다시 사면 된다고 서로를 격려하며 선물을 귀하게 간직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크리스마스는 서로에게 감사하고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다. 일년 내내 그런 날이 계속되면 더욱 좋겠지만, 일년에 하루만이라도 오로지 상대의 기쁨만을 생각하는 날이 있다면 그 또한 아름답지 않으랴?

얼마 전 한 부부와 강이 보이는 멋진 호텔에서 식사를 했다. 신혼 시절을 외국에서 보냈다는 부인은 너무나 오랜만의 호텔 나들이라며 시종 흥분과 행복함을 감추지 못했고, 점잖은 남편은 “아내가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며 내내 미안해했다. “앞으로는 더 좋은 곳도 함께 다녀야겠다”는 말을 자꾸 했다. 부인이 허황된 마음에 호텔 나들이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낭만적인 분위기와 식탁 차림이 연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쁨과 설렘을 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남편이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게 사랑이다. 오죽하면 설거지하는 남편이 섹시하다는 말이 있을까? 아내를 위해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워주는 것이 사랑이다. 일찍 돌아온 사람이 나중에 돌아올 사람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것, 피로한 남편(아내)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것, 이 모든 것이 사랑이다. 평상시에 상대를 배려해주고 아껴주는 마음과 행동이 ‘전희(Foreplay)’라고 나는 말한다. 그런 모습을 늘 보여준다면, 따로 힘들여(?) 전희를 오래할 것도 없다. 그래서 섹스가 사랑의 소통인 이유다.

남편(아내)의 발을 따뜻한 물에 비누 거품을 내어 정성들여 씻어 주자. 수고한 발을 씻겨주며 상대에게 감사하자.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성교육 상담전문가·대한성학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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