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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잡아라>일본유통업계, 미국 업계 잠식에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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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도쿄=이철호 특파원]“정가(定價)대로 사면 팔불출.”

요즘 일본에서 나도는 유행어다.신문에 끼여오는 광고전단 전화번호로 전화만 걸어도 10~15%의 할인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이런 가격파괴를 선도한 것이 다이에그룹.

지난 57년 오사카(大阪)의 다이에 1호 점포는 당시 1백당 60엔짜리 쇠고기를 39엔에 팔면서부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나카우치 이사오(中內功)사장은“일본 물가를 절반으로 내리는게 꿈”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주변 정육점의 반발과 쇠고기 공급 중단은 가고시마(鹿兒島)에 직영목장을 확보함으로써 해결했다.유통망을 압축,가격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슈퍼.할인매장.편의점등 1만개의 점포에다 매출 5조1천5백억엔(한화 36조원)의 다이에그룹(95년)은 일본 최대 유통업체로 올라서기까지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요즘 다이에는 예전같지 않다.95년 간사이(關西)대지진으로 첫 적자(2백60억엔)를 기록한 뒤 지난해 실적도 신통치 않다.5억엔의 흑자라지만 2백억엔의 주식매각 이익을 고려하면 사실상의 적자를 낸 것이다. 〈관계기사 31면>

“이상 난동으로 겨울 숙녀복 판매가 부진(전년 대비 85%)했고 O-157 식중독으로 신선식품이 잘 팔리지 않았기(전년 대비 90%) 때문”이란게 홍보실 야마모토(山本)의 설명이다.일시적 현상이란 의미다.

그러나 일본 유통전문가들의 관측은 다르다.이들은 다이에의 야심작인 21세기형 대형 할인판매점 '하이퍼 마트'의 매출 부진에 주목하고 있다.나카우치사장의 확대위주.저가정책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다.

다이에의 하이퍼 마트는 강제 원웨이(One Way)방식을 채택하고 있다.할인폭을 늘리되 고객 회전수를 높여 매출 증대를 노리는 시스템이다.당연히 취급품목이 한정될 수밖에 없고 계산대는 한 곳에 집중,고객이 쫓기듯 쇼핑을 끝낼 수밖

에 없다.다이에는 지난해 하이퍼 마트에서만 1백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다이에의 부진을 유통혁명에서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외국 할인전문업체 진출로 낮은 가격이라는 다이에의 차별성이 사라진 것이다.

예컨대 일본 맥도널드는 지난해 햄버거 가격을 개당 80엔으로 인하하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고객 서비스에 특히 신경을 썼다.3개월 전부터 아르바이트 요원을 대량 채용,피크시간대의 인력을 30% 증원했다.캠페인은 평소보다 매출이 10배

나 늘어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한국이 일본 문방구로 초토화되는 동안 일본은 거꾸로 미국 유통업체의 진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자스코와 제휴한 미국 문방구 유통업체 오피스맥스는 저가 돌풍으로 이미 1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2000년에는 20%를 넘을 전망이다

.일본 완구시장의 20%도 미국 유통업체의 손에 넘어갔다.

일본이 국내 유통단계를 줄이는데 주력하는 동안 미국 업체들은 중국.동남아등에 공급기지를 개척,싼값으로 일본 시장에 풀어놓는 것이다.가격파괴는 물가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최근 2년간 엔화가치는 달러 대비 50% 떨어진 반면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0.8%에 머물렀다.경제기획청은“유통업계의 치열한 경쟁으로 엔화 약세에 따른 인플레 우려가 우려로만 끝났다”고 말했다.

경쟁심화로 야오한이 최근 알짜배기 점포 16개를 처분하고 올림픽 스포츠도 스포츠부문을 매각하는등 일본 유통업계 지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일본 금융빅뱅이 2001년까지라면 유통업계의 빅뱅은 이미 현재 진행중인 것이다(자스코의 다나카 겐지(田中賢二)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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