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3대 과제 - 노사관계 불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기업 노사관리팀들은 요즘 새 노동법에 허용된 상급단체 복수노조의 설립과 이에따른 노조측의 세몰이 막기에 비상이 걸려 있다.

특히 민노총이 노동법 통과후 노조없는 기업에 노조를 만들겠다며 지목했던 대상기업들은 노조 설립을 막기위해 근로자들 움직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그룹의 인사팀장은“복수노조 세확산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사별로 문제점을 찾고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눈코 뜰새없다”고 말했다.올들어 온 나라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던 노동법 개정파문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큰 손실을 끼친채 일단 가라앉았지만 풀어야 할 문제는 첩첩산중이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우여곡절끝에 국회를 통과한 개정노동법에 아직 불만이고 잇따른 부도속에 실업증가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비록 새 노동법은 탄생했지만 시행령제정을 놓고 노사간 대회전이 불가피한 만큼 올 노사관계가 어느 해보다 큰 파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특히 임금투쟁보다는 변형근로제등 노동법 새 조항에 대한 노동계의 저항이 크게 불거져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계는 특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산하 조직에“사업장별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새 노동법의 적용을 무력화시켜라”는 지침을 보낸데 크게 우려하고 있다.현재 경영계와 노동계는 개정 노동법의 불만사항을 임.단협에서 보완한다는 전략이어

서 올 임.단협은 큰 난항이 예상된다.노동계는 단협에“노조와 사전협의없이 정리해고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다.그러나 구조적 불황속에서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으로선 받아들이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임금협상과 관련해서도 경영계는 경총등을 통해'임금총액 동결'을 선언했으나 한국노총.민주노총등 노동계는 10%이상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마찰이 불가피한 형국이다.특히 중소기업들은 임금 협상과 노무관리면에서 대기업보다 더욱 힘들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걱정이다.한국경영자총협회의 김영배(金榮培)정책본부장은“개정노동법 파문으로 관계가 험악해진 노조측 도움을 받기 어려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리해고의 2년 유예와 경총의 올해 임금총액동결 지침에 따라 호봉승급분에 대한 부담만큼 신규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실업률 증가는 불가피하다.

재정경제원.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자들의 구인비율(기업이 고용을 원하는 근로자 수를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 수로 나눈 비율)은 0.27로 8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대졸자 1백명이 일자리를 찾아 나섰으나 기업이 원하는 대졸자는 27명에 불과했다는 의미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4개월동안 실업자가 17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렬.이훈범.이원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