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곁의문화유산>아산 배방면 맹씨행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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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아산(95년 온양과 통합시가 됨)하면 흔히 온천과 현충사를 떠올리지만 진짜배기 아산의 숨결을 엿볼 곳은 송악면외암리 민속마을과 배방면중리에 있는 맹씨행단(孟氏杏壇)이다.

두 곳은 나지막한 설화산을 사이에 두고 서로 등 기대어 있다.소박하게 쌓은 돌담장이 오래 묵은 집들과 함께 어우러져 아늑한 외암리 민속마을은 예안 이씨 세거지로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소개되곤 한다.

반면 설화산 너머 맹씨행단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편.말 그대로'은행나무 단이 있는 맹씨네 집'인 맹씨행단은 조선초 명승이었던 맹사성의 옛집.본래 고려말 최영 장군의 집이었는데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늠름한 맹사성을 눈여겨본 최영이

그를 손녀사위로 삼으면서 집까지 물려주었다고 한다.

맹씨행단은 정면 4칸,측면 3칸의 H자형 안채와 뒤쪽의 사당채,그리고 은행나무 두 그루가 심어진 영역을 말하는데,눈여겨볼 건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살림집인 안채다.우리의 일반적 형태인'一자''ㄱ자''ㅁ자'가 아닌 H자형(가

운데는 대청,양쪽 끝은 온돌방)외관도 그렇지만 기둥에 들보를 얹어 지붕을 구성한 방법,뒷벽에 널빤지로 만든 조망 용도의 바라지창등이 독특하다.안채 뒷면 양옆으로 기와를 층층이 쌓아올려 세운 굴뚝도 재미있는데 굴뚝 위에는 작은 기와지

붕을 얹어 비를 가리고 있다.

맹씨행단은 뒷동산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것이 제일 좋다.최영과 맹사성같은 고관대작이 살았던 집이지만 의외로 작고 아담해 두팔 벌려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곳이 여기다.

안채 뒤편에는 맹사성과 그의 부친인 맹희도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있으며 뜰안 한켠에는 커다란 은행나무 두 그루가 무성한 가지를 뻗고 있다.이 은행나무는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가을에는 해마다 열매를 다섯 가마나 낸다고 한다

.본래 행단은 공자가 은행나무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는데서 유래한 공간으로 맹사성 역시 이 은행나무 아래서 학문에 정진하며 후학을 가르쳤을 것이다.

▶가는 길=아산 시내 온양흥국주유소 앞에서 공주시유구면쪽으로 난 39번 국도를 따라 2.6㎞ 가면 설화주유소 앞 네거리가 나온다.네거리에서 왼쪽으로 난 623번 지방도로를 따라 풍세면으로 3.2㎞ 가면 배방면중리에 닿고 오른쪽 골

목길을 따라 마을안으로 들어가면 맹씨행단이 나온다. 〈글=김효형(한국문화유산답사회).사진=김성철(사진작가)〉

<사진설명>

조선초 명재상인 맹사성이 살던 옛 집.아담하지만 후학을 가르치던 선비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다.H자형의 독특한 형태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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