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패션>300만이 푹 빠진 무협소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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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탈태환골(脫胎換骨)-.창작 무협소설이 거듭나고 있다.무협소설에 대한 독자인식이 바뀌고 독자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가 하면 전업작가군이 등장하면서 단행본 출간이 자리를 잡았다.이는 창작무협이'음성 유통망을 통한 대본소 전용소설''쓰나마나 읽으나마나한 황당무계한 글'이란 혹평에서 벗어나 대중문학의 한 장르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알게 한다.

무협소설에 대한 인식변화는 곳곳에서 확인된다.대형서점 해당 코너는 늘

독서삼매(三昧)에 빠져있는 매니어들로 만원이다.지하철에서 무협지를

읽는 모습도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풍경이 됐다.신문 연재소설로 무협이

등장하고 PC통신에는 동호회가 개설됐다.

3~4년전까지 1백만명이 될까말까 했던 고정독자층이 최근 약 3백만명으로

늘었다는게 무협출판사들의 추산이다.30~40대 성인남자층만 아니라

청소년.주부들까지 이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대본소용 만화의 90%이상이

무협물인 것도 그인기를 가늠해 주는 부분이다.

무협독자의 증가는 일차적으로'대리공상 효과'에 기인한다.사회가

불안정해질수록 현실탈피식 해피엔딩과 영웅신화류의 가벼운 글읽기가

선호되게 마련이다.신.기.묘.환(神.奇.妙.幻)을 내용으로 하는 무협은

그래서 난세에 강한 특성을 보인

다.그러나 이같은 일반론 외에 최근의 열풍은 다분히 종사자들의 의식적인

노력에 의해 성취된바 크다.창작무협의 형식과 내용을 크게 바꾼

이른바'신무협'의 등장이 그것이다.이는 94년 출범한 무협전문 출판사

도서출판'뫼'(대표 야설록)에 의해 주도됐다.

“형식은 무협에서 취하되 내용은 인간을 담는다”는게 이 출판사의

취지.대본소 공급을 일절 중지하고 서점용 단행본만을

출판했다.신진작가들을 발굴하고 작가 실명제를 도입해 처음으로 인세를

지불했다.예전처럼 인기작가의 필명을 아무나 사용

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자기 이름으로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다.

뫼는 지금까지 3년간 51질(1백87권)의 무협소설을 찍어냈다.초창기엔

한달 1~2질,질당 1천8백권을 펴내던 것이 현재는 한달 3~4질,질당

2만여권으로 늘었다.찍기만 하면 적자를 보던 3년전과는 달리 제법 큰

규모의 흑자로 돌아섰다.“될턱이 있느냐”며 냉소띤채 뒷짐지고 지켜보던 무협출판사들이

줄줄이 단행본 출판으로 선회해 이제 대본소용 무협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무협소설=대본용'이란 등식을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다.단행본

무협의 성공은 도서대여점의 폭발

적 증가에도 힘입은바 크다.지난해말 기준 6천여개를 기록,최근 몇년새

3배이상 늘어난 것이다.일산신도시 백마 책대여점 박순남씨는“다른 책에

비해 회전율이 서너배 높은데다 신간을 찾는 고객이 몰려 순번을 만들어

대여해주고 있다”며 무

협물을 대여점의 으뜸효자로 꼽았다.

*** 단행본

무협의 급팽창은 좌백.진산.장경등 창작무협 2세대 전업작가군의 등장을

가능케 했다.A급작가들의 경우 인세는 권당 10%정도.작품당 약

1천5백만~2천만원의 수입을 올린다.한 작품 탈고에 평균 4개월이 걸린다고

보면 연간 약 5천만원의 소득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들의 무협은 예전에 비해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난다는게

특색이다.좌백의'금강불괴''생사박',진산의'홍엽만리',장경의'천산검로'등

은 인간과 해학을 담은 신무협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매니어로 자처하는 회사원 김승욱(36)씨는“최근의 단행본 무협은 잘

쓰여진 대중소설을 읽는 감동과 무공이라는 플러스 알파가 있어 탐닉하게

됐다”고 밝혔다.이와 관련,관계자들은 독자 확보에는 일단 성공한

만큼“신무협을 당당히 대중문학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그안에 정보와 지식까지 담아내는게 남은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정재 기자〉

<사진설명>

황당무계한 얘기와 천편일률적인 구성에서 탈피해 사람얘기와 해학을

담아낸 신무협소설들이 등장하면서 무협소설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사진은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무협만화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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