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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파문 - 인맥구축 어디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무성한 인사개입 의혹에 빠진 김현철(金賢哲)씨의 인맥은 과연 어디에 얼마나 뻗쳐 있을까”가 단연 시중의 화제다.

그간 金씨를 한번 만나는게 '꿈'이었던 사람들이나 그와의 교분을 엄청난 자랑거리인양 내세우던 사람들이“일면식도 없다”며 관계를 부인하는 얄팍한 세태가 연출되는 중이다.

6공 시절'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朴哲彦)의원이 몰락하자 빚어졌던 현상과 흡사한데 그 정도나 파고는 비할바 아니다.당시는 朴의원과 일부 핵심측근들만 치명상을 입었으나 지금은 대통령의 통치기반을 뒤흔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소산 인맥'의 형성은 92년 대선 선거운동 과정과 정권인수 과정에서부터 시작됐다는게 정치권의 통설이다.민주계.PK(부산.경남).경복고(소위 K2)로 통칭되는 그의 인맥구축은 집권 전야부터 본격화돼 95년을 전후해서는 절정에 다다랐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중에는 소위 상도동 가신인 이원종(李源宗)전정무.홍인길(洪仁吉)전총무,고교선배인 이석채(李錫采)전경제등이 그와 가까웠다.현직인 박세일(朴世逸)사회복지.이각범(李珏範)정책기획도 대선 당시 金씨 캠프 주변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현철씨가 중앙조사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하면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그에게 끈을 대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현재 신한국당의원인 김무성(金武星)의원,전안기부 간부 김기섭(金己燮)씨등은 사실상 그의'참모'를 겸하면서 찾아오는 사람을 걸

러내고 해당 부서장등과 연락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전해진다.

'소장(所長)''소산'은'부통령 현철'의 다른 이름이었고 이를 업은 경쟁자가 나타나면 누구고 꼬리를 내려야했다.이사회 전날 민주계 실세로부터 모은행 중역을 통보받고 희희낙락하던 한 금융계인사는 밤사이 뒤바뀐 인사안에 경악했다.이유는

바로 밝혀졌다.새로 등장한 이사(理事)의 뒤에는'소장님'이 있었다.

신한국당 민정계 중진 K의원은 92년 대선 당시부터 정책방향등을 건의하며 金씨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인물로 알려진다.金씨 측근들로부터“다른 민정계 중진과 다르다”는 호평을 받았고 金씨도 여러 차례 사석에서“참 좋은 분”이라고 말한 그는 당직.국회직 인사때마다 거론됐다.

정보.공안기관쪽에도 소산인맥이 매우 두텁다는 전언이다.

한 전직 수석비서관의 인척으로 경찰중간 간부인 모씨는 금융.기업관련 정보를 종합,수시로 전달했다는 얘기도 있다.때문에 일부 일선 관계자들은 현철씨를 포함한 민주계 관련사항은 아예 보고내용에서 제외시켰다는 것으로 정보.공안기관 요로

에는 현철씨 사람들이 두루 포진해 있다는게 관계자의 지적이다.

정부부처 통폐합때는 과장.국장인사에까지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데 재경원의 경우 현철씨의 양대 인맥이랄 수 있는 PK와 경복고 출신이 1급이상 요직에 상당수 포진하고 있는게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4.11 총선당시 공천과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역할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서울등 수도권에 출마했던 30~40대의 C,B,S,P,L씨등 신한국당 지구당위원장 20여명이 현철씨 인맥으로 알려졌다.이중 상당수는 15대 국회에서 활동중이다.

군내부에도 현철씨 인맥이 상당하다는 관측이다.김동진(金東鎭)국방장관의 임명과정과 관련한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이양호(李養鎬)전국방장관의 비리관련 구속을 음모적 시각에서 보는 이들은 李전장관이 경질전 현

고위장성 Y씨등을 제거하려다 되레 당한 것으로 파악하기도 하는데 이들이 현철씨와 가깝다는 소문이어서 뒷말을 더하고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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