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만화 '고스트 바둑왕' 상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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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스트 바둑왕의 주인공인 바둑소녀 히카루(右)와 전생고수 사이.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으며 무려 1400만부나 팔렸던 만화 '고스트 바둑왕'이 드디어 한국의 TV에 등장한다. KBS-2TV가 6월 1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6시에 고스트 바둑왕을 방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KBS가 방영할 고스트 바둑왕은 우리 정서에 맞춰 일본색이 짙은 부분은 대폭 수정되었고 주인공 이름도 히카루는 신제하로, 사이는 좌랑이란 한국명으로 바꿨다.

고스트 바둑왕은 침체일로를 겪던 일본 바둑의 구세주로 통한다. 1998년 선을 보인 이 만화는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며 곧 TV도쿄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일본 어린이들 사이에서 새롭게 바둑붐이 일어났다. 바둑을 배우려고 바둑교실을 찾는 어린이들이 두배로 늘었고 주인공 이름을 딴 히카루 바둑 주니어 입문교실은 무려 8000여명이 참가하는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고스트 바둑왕의 작가 호타 유미와 조훈현9단의 인연은 3년 전 작가가 한국 바둑을 취재하기 위해 내한하면서 맺어진다. 호타 유미는 조훈현9단의 집은 물론 대국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제주도까지 동행했다.

이후 조9단이 관계하는 인터넷바둑사이트 타이젬이 서울문화사와 공동으로 5억원에 애니메이션 판권을 사들였고 조9단 등의 많은 노력 끝에 결국 이번 TV방영이 성사됐다.

한국기원은 이 만화가 바둑은 어렵고 골치아픈 것이란 선입견을 깨뜨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불경기에 고생하는 전국의 바둑교실들도 일본의 경우에 빗대어 은근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고스트 바둑왕은 전생의 바둑고수가 한 소년의 몸에 환생하면서 시작된다. 바둑을 모르던 이 소년은 자기 속의 전생고수와 끊임없이 다투면서도 점점 바둑에 빠져들어 고수가 되어간다.

온갖 스토리들이 가미되면서 바둑은 재미있고 멋진 것으로 그려진다. 이창호9단이 어린 시절 너무도 놀라운 활약을 보이자 바둑계에선 "이창호는 전생 고수의 환생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얘기가 나돌았는데 이 만화는 공교롭게도 바로 그 점을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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