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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온실가스 감축계획 내년 봄까지 제출 합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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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호 03면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세계 각국이 행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내년 봄까지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한다. 또 기후변화로 피해를 보는 개도국을 위해 8000만 달러(약 1200억원) 규모의 기후적응기금을 마련키로 했다.

막 내린 포즈난 기후변화협약 총회

세계 192개 정부 대표단과 국제기구 대표들은 1일부터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린 제14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총회는 13일 오전(한국시간) 끝났다. 이번 회의는 내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 회의에서 결론을 내릴 협상의 중간점검 성격을 가졌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의 제13차 당사국총회에서 회원국들은 2013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내년 말까지 확정하기로 했다. 선진 38개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평균 5.2% 줄이기로 한 교토의정서의 효력은 2012년 만료된다.

이번에 합의한 기후변화 적응기금은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권 판매액 가운데 2%씩을 떼내 마련하게 된다. CDM 사업은 선진국이 개도국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주는 대신 배출권을 얻어가는 것을 말한다. 이 기금은 2012년 3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유엔에서는 개도국의 가뭄·홍수 같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2030년 기준으로 수백억 달러의 기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는 지구 기온 상승을 2도 이하로 막기 위해선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배출량을 25~40%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모든 회원국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50% 감축하기로 약속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으나 무산됐다. 감축 협상을 주도해온 유럽연합(EU)의 내부 분열 탓이었다.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0%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0%로 끌어올린다는 이른바 ‘20-20-20’ 정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석탄 의존도가 높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와 이탈리아의 반발로 진통을 겪었다.

포즈난의 고위급 정상회의와 같은 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27개국 정상회의에서 겨우 ‘20-20-20’ 정책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 때문에 EU도 미국 등 다른 선진국이나 중국·인도 등 개도국에 공세적인 감축 요구를 하지 못했다.

미국도 2001년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한 이후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온 조지 W 부시 정부의 대표단이 그대로 참석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 쪽에서 공식 대표단을 보내지 않아 전체 협상은 겉돌았다.

12일 기자회견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스테파니 턴모어는 “지극히 실망스러운 회의 결과”라며 “호주·캐나다·일본·뉴질랜드는 새로운 감축안을 제시하지도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내년 12월 열릴 코펜하겐 회의까지 1년 남은 협상 일정은 더욱 촉박해졌다. 세계 각국이 내년 봄까지 국가별 감축안을 제출하면, 유엔은 이를 정리해 6월까지 협상 초안을 마련한다. 독일 본에서는 3월, 6월, 8~9월에 세 차례 회의가 열려 이견을 좁혀갈 예정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해 내년 9월 유엔총회 기간 중에 국제정상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지구온난화 대응을 최우선 정책과제 가운데 하나로 설정한 오바마 당선인은 2020년까지 90년 수준으로, 2050년까지 80%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미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내정된 존 케리 의원은 12일 한국대표단과의 회의에서 “오바마 당선인의 공약은 2~3년 전에 수립된 것으로 최근의 기술발전을 감안하면 90년보다 25~45% 줄이는 것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12일 기조연설에서 “내년 중에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중기목표를 설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선진국과 달리 절대량을 줄이기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낮추는 방식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이 한국의 생각대로 진척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EU·일본·호주 등에서는 개도국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나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는 선진국에 상응하는 감축 의무를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동종인 교수는 “국내 감축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잠재력을 평가하고 있으나 에너지 부문에서 줄일 여지가 많지 않다”며 “수송·가정·상업 부문에서 배출량을 줄이려면 정부 정책 의지를 담은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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