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리포트>'대인지뢰에 관한 도쿄회의' 결산 - 지뢰제거 국제협력 길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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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인지뢰 한개를 만드는데는 3달러(약2천6백원)에서 30달러밖에 들지 않는다.그러나 일단 땅에 묻힌 지뢰를 제거하려면 개당 3백달러에서 1천달러까지 소요된다.전문가들이 제거작업에 나서더라도 1천개를 제거하는데 한명꼴로 인명희생이

뒤따른다.

현재 전세계 땅속에 매설된 대인지뢰는 무려 1억1천만개.각국 군대가 보유하고 있는 지뢰는 이보다 많은 2억개로 추산된다.전쟁을 겪었고 지금도 남북이 대치중인 한국도 지뢰에 관한한 대국에 속한다.특히 오랜 내전을 겪은 캄보디아는 국

민 2백30명당 한명이 지뢰를 밟고 숨지거나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도쿄(東京)에서 7일 폐막된'대인지뢰에 관한 도쿄회의'는 지뢰가 인도적인 문제인 동시에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고 전후복구를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물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38개국 대표와 국제기관.비정부기구(NGO)들이 참석했

고 한국은 옵서버 자격으로 자리를 같이 했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유엔이 중심이 돼 더 나은 지뢰탐지.제거기술을 개발하는데 참가국이 협력하기로 합의한 점.새로운 기술이나 실험결과를 유엔인도문제국(DHA)에 등록하도록 함으로써 각국이 최신 지뢰제거법을 공유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대인지뢰로 인해 전세계에서 매달 2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이중 20%가 15세미만의 어린이라는 통계이고 보면 이미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는 주장이 이해된다.

회의는 그러나 지뢰제거.피해자구제 대책에 중점이 두어진 결과 지뢰 생산.판매.보유를 규제하는 문제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주최국인 일본부터가 지뢰보유국(1백만개 추산)으로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엔총회가 채택한 대인지뢰 전면금지결의안이 제대로 시행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명이 더 희생될지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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