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선통치 이미지 벗기 布石- YS의 총리 '내각統轄' 당부 의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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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인가.

고건(高建)총리가 자신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전에 없는'언급을 했기 때문에 나온 물음이다.高총리는“대통령은 외교안보에 주력하고 총리가 내각을 통할(統轄)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소개했다.이와 관련한 외견상 변화는 계속

되고 있다.

6일 차관급 인사의 발표창구를 청와대 아닌 총리실이 맡았다.개각후 의례적이던 대통령주재 국무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金대통령이 총리에게 실질적 권한까지 위임할 것인가에 대해 청와대와 공무원사회에선 일단 회의적이다.“대통령과 총리의 역할분담이 있을 것”이란 일각의 전망에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확대해석을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

5일 개각의 인선과정에서 총리의 핵심권한인 각료 제청역할이 高총리에게 없었다고 한다.청와대 핵심당국자는“高총리는 金대통령이 선택한 장관들에 전적으로 동의했다”고 전했다.

난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실제의 영역이 좁다는 점이 高총리의 고민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남은 임기 1년의 가장 중요한 업무로 金대통령이 설정한 분야가 경제살리기와 안보 강화라는 것도 한 이유다.

대북문제와 외교는 金대통령의 직할 분야다.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고문이 총리시절 좌절한 것은 외교안보쪽까지 활동폭을 넓히려다가 통치권에 도전하는 월권(越權)으로 비치면서 비롯됐다.

경제쪽은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가 관장키로 한만큼,내각에서 高총리가 챙길 수 있는 곳은 내무부등 몇개 사회부처 정도다.강인섭(姜仁燮)정무수석도 7일“총리위치는 대통령의 보좌기능이며,金대통령이 안보.경제에 전념하면서 일반행정은 총

리가 맡아달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高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金대통령의 의중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청와대 관계자들은 두가지 측면에서 파악한다.

우선 金대통령 자신의 독선적 국정운영 이미지를 씻으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둘째,한보사태로 통치권 행사가 벽에 부닥치면서“총리의 위상을 높여 안정적인 권력 관리에 활용하려는 것”으로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한다.즉 권한 강화쪽보다는 정권의 이미지 개선과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의 방지라는 방어적 역할이 高총리에

게 주어진게 아니냐는 것이다.하지만 高총리를 끌어안지 못할 경우 金대통령에게 돌아갈 엄청난 부담이 있는 만큼 예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으리라는게 대체적 전망이다.

<프랑스의 경우>

프랑스는 강력한 대통령중심제에다 내각책임제를 혼합한 독특한 행태의 정체(政體)로서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반면 내정(內政)은 총리가 지휘한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총리및 각료 임명권을 갖고 전반적인 국정(國政)을 펴지만 총리는 엄연한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의회에 대해 책임을 지면서 내정을 운영한다.

86~88년,93~95년 두 차례에 걸친 좌.우 동거(同居)정부 시절 의회의 다수당이 총리와 내각을 구성해 내정을 관장했으나 외교와 국방은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대통령이 독점적으로 장악했던 것이 그 실례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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