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로스쿨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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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산대가 내년에 출범하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발전에 발벗고 나섰다. 영산대는 부산대, 동아대와 함께 지난달 25일 로스쿨 발전과 상호협력 증진을 위한 교류협약을 맺은뒤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교류협약은 영산대 부구욱(사진) 총장이 제의했다. 부산대와 동아대는 로스쿨 설립인가를 받아 내년도 신입생을 최근 뽑았다. 영산대는 로스쿨 선정에서 탈락했다. 영산대가 두 대학에 로스쿨 발전 협약을 제의한 것을 두고 지역 학계와 법조계는 ‘의외’라는 분위기이다. 부구욱 총장의 속내를 들어봤다. 부 총장은 부장판사 출신이다.

-경쟁을 벌였던 대학측에 힘을 모으자고 손 내밀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영산대도 로스쿨의 성공적인 안착이 절실하다. 로스쿨이 성공적으로 정착돼야 영산대가 추가로 인가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내대학 최초로 미국 로스쿨방식의 법률교육을 운영하면서 교육과정과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터득했다. 그동안 축적한 성과를 로스쿨 대학들에게 제공해 로스쿨 성공에 기여하고 싶다.”

-어떤 분야를 협력하나.

“바람직한 법학교육 과정과 방법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한다. 학술대회 공동개최,교수 및 연구인력 교류, 학술정보 및 출판물 등의 상호교환 등을 추진하면 지역 로스쿨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변호사 시험을 어떻게 출제하느냐의 문제에 대한 대학들의 교육 방법 등에 협력이 가능하다. 변호사 시험은 ‘로스쿨 졸업생들이 실무역량을 갖추고 있는냐 없느냐’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법학교육제도를 바꾸는 로스쿨의 취지에 합당하기 위해선 문제해결능력을 가늠하는 평가여야 한다.”

-그럼 로스쿨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로스쿨의 특성화 교육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종전 7법 위주의 시험이라면 누가 특성화 관련 수업을 받겠는가. 로스쿨 졸업후 변호사가 될 경우 지금 처럼 일반 송무사건으로 몰리는 것을 막고 새로운 법률분야에 많이 진출해야 법률시장 개방에 대응할 수 있고 국가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이 지역 대학들과의 협력만으로 해결 가능한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산하의 로스쿨 대책위원회 이기수 고려대 총장과도 논의하고 있다.” 부 총장은 이 협의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수도권 등 다른 로스쿨 대학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로스쿨 개원 이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얼마나 많이 변호사시험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대학의 서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대와 동아대간 법학 학술교류협약도 서울 등 수도권 대학들의 움직임에 대응하고 경쟁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로스쿨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다.

“아깝게 탈락했다. 관련법규와 공표된 로스쿨 선정기준을 위배한 결정으로 탈락했다고 판단해 법원에서 그 위법성 여부를 다투고 있다. 법원의 결정 여부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로스쿨 유치를 추진한다. 총 정원이 늘면 반드시 유치하겠다.”

-지역 대학과의 협력도 로스쿨 유치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시험이 특성화 분야의 변호사를 많이 배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출제되고 그에 맞춰 교육이 진행돼야 정원이 늘수 있고 영산대학도 인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지역대학의 반응은 어떤가.

“부산대와 동아대 모두 적극 협력하자는 분위기이다. 학부과정에서 로스쿨 방식의 법률교육을 선도해온 영산대학의 성과를 인정하고 정보를 공유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영산대학이 로스쿨 진학 학생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해달라.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LEET(법학적성시험)를 치러야 한다. LEET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대한 소양을 바탕으로 하고, 기초 법학, 자연과학, 예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소양을 갖춰야 한다. 법과대학과 신설되는 PPE( 철학·정치학·경제학 연합전공)학부가 PPE 교과목을 교차 수강해 로스쿨 교육을 미리 경험해 LEET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LEET시험 준비생에게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프리로센터’도 운영한다.”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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