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구팀, 꿈·생각 그려내는 데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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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람의 꿈이나 공상을 영상으로 옮길 수 있는 기술이 일본에서 개발됐다. 교토(京都)의 국제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ATR) 연구팀은 인간의 뇌 혈류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머리로 인식하는 형체를 그대로 컴퓨터 화면에 재현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신체장애 등으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이나 고령자들에게 의사표현의 수단을 제공하고, 나아가 꿈 속의 장면 등을 영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람의 시각으로 본 다양한 글자와 그림을 그려내는 기술이 개발된 것은 처음이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학전문지인 ‘뉴런’ 11일자에 게재됐다.


사람이 눈으로 본 정보는 머리 뒷부분에 있는 제1차 시각영역에 보내진다. 연구팀은 혈류의 변화에서 신경활동을 읽어내는 기능적 자기공명단층촬영법을 사용해 뇌의 활동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처음엔 피실험자가 흰색을 봤는지 검은색을 봤는지를 유추해내는 검사에서 시작해 점점 복잡한 설정들을 만들어갔다. 실험 대상자에게 가로세로 10개의 줄씩 100개의 칸 중 일부가 점멸하는 화상을 보여준 뒤 뇌 활동의 패턴을 기록했다. 연구팀은 이어 점멸하는 칸에 알파벳이나 사각·동그라미·십자 등 문자나 그림 화상을 보여준 뒤 뇌 활동을 측정했다.

두 측정 결과를 컴퓨터로 분석해 실험대상자가 본 글자나 그림을 화면상에 그대로 재현해냈다. 실험은 100%의 해독 능력을 기록했다.

미야와키 요이치(宮脇陽一) 연구원은 “이번 연구 성과로 머리로만 생각하고 있는 공상이나 아이디어들을 영상화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며 “이를 응용해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휠체어 같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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