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욱진 한진정보통신과장 車計簿 통해본 승용차 유지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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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5백60원(94년12월)→6백4원(95년4월)→7백7원(96년7월)→8백15원(96년12월)→8백49원(97년1월)→?'

고욱진(高旭辰.34)한진정보통신 과장의 차계부(車計簿)를 통해 본 ℓ당 휘발유값 오름세 추이다.불과 2년1개월만에 기름값이 무려 52% 올랐다는 계산이다.때문에 高과장과 같은 오너드라이버의 호주머니가 얇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최근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도로사정이 한결 나아진 것은 기름값 부담이 크게 늘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1일부터 기름값이 소폭 내리긴 했지만 부담은 여전히 큰 편이다.“지금 추세대로 기름값이 오르면 에스페로(준중형급)를 처분하고 경차(輕車)를 사서 굴릴 수밖에 없다.기름값이 오르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高과장의 말이다.

그는“95년 한햇동안 기름값이 1백18만3천5백원 들었으나 지난해에는 1백50만5백원으로 26.8% 늘었다”고 말한다.

또 승용차 기름탱크를 가득 채우는데도 지난해에는 2만2천~2만3천원 가량 들었으나 올들어서는 2만7천원 정도 필요하다고.

실제로 高과장의 차계부에 적힌 1월중 주유비는 11만2천원으로 지난해 1월의 9만원에 비해 24.4% 늘었다.

이처럼 기름값이 많이 상승한 것은 세금(특별소비세)이 오른데다 국제원유가및 (대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도 상승했기 때문.

한편 지난달중 高과장의 총 차량 유지비는 24만6천5백원.항목별로는 주유비외에 주차비 13만8천원,고속도로 통행료 1만2천5백원,세차비 2천원,벌금 2만원등.

지난해 1월의 경우 보험료(6만3천4백90원),차량 부품및 엔진오일 교환비용(3만4천원),면허세(2만7천원)등으로 올 1월과 비슷한 24만3천4백90원이었다.

高과장의 한달 평균 차량 유지비는 20만~30만원선.그의 한달 월급(1백30만원선,보너스 제외)의 15~23% 정도가 차를 굴리는데 나가는 셈이다.

다행히 한일리스에 다니는 부인(김태희.33)의 월급이 자신보다 약간 많기 때문에 생활에 별 어려움은 없단다.

高과장의 집은 서울은평구신사동.여의도 IBM빌딩에 있는 회사까지의 거리는 13.5㎞.차를 직접 몰고 오면 20여분이 소요되지만 버스를 이용하면 1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따라서 기름값이 올라도 자동차를 굴릴 수밖에 없다고 高과장은 주장한다.高과장이 차계부를 처음 적기 시작한 것은 93년7월부터.평소 승용차에 대한 애정이 많아 차량 유지에 드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챙겨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차계부를 적으면 카센터등에서 바가지를 쓰는 일도 막을 수 있는등 유지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는“승용차가 생활필수품이 됐는데도 차를 살때는 물론 굴리는 단계에서도 세금이 너무 많다.세금을 많이 냈지만 교통사정은 나아진게 없다”고 비판한다.

高과장은“정작 집사람은 바쁜 직장생활 때문인지 가계부를 적지 않는다”며“직장 동료들에게도 차계부를 적도록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의준 기자〉

<사진설명>

고욱진 한진정보통신 과장이 여의도 회사 인근 주유소에서 자신의 승용차에 휘발유를 넣고 난 뒤 차계부를 적고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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