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치매노인 친부모처럼 모셔- 고양 샘터마을 선호재 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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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치매노인의 자식으로 온가족이 한평생 살기로 작정했습니다.”

행주대교 북단 고양시행주외동에서 3개동의 집을 짓고 치매노인 30명을 돌보고 있는 선호재(宣鎬宰.51)목사.宣목사는 자비로'샘터마을'을 조성,치매노인들의 목자(牧者)역을 자임해 봉사활동을 업(業)으로 삼고 지낸다.

宣목사의 하루는 시작시간이 따로 없다.시도 때도 없이 대.소변을 옷에다 보는 노인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다보니 어제와 오늘의 구분이 없다.

부인 정숙자(鄭淑子.48)씨와 대학3년생 아들 구영(具永.21)군의 도움을 받아 30명의 치매노인을 친부모 모시듯 3년째 보살피고 있다.

“5년전부터 치매를 심하게 앓아온 장모(75세)를 집에서 돌보다 치매를 앓아 자식들로부터 천대받거나 버림받는 노인이 주위에 예상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 이 일에 전념키로 했습니다.”

宣목사는 노인들이 심하게 아플 때면 가장 고초를 겪는다.손아랫 동서가 빌려준 봉고차를 이용해 환자들을 후송하긴 해도 선뜻 받아주는 병원이 드물기 때문이다.많은 병원들이 의료분쟁이나 치료비확보등에 부담을 느껴 무의탁 치매노인 진료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宣목사는 정작 이보다 마음 고생이 더하다고 토로했다.임종을 앞둔 노인의 자식에게 연락해도 와보지도 않거나 시신수습마저 거부하는 자식을 볼 때면 가슴이 내려앉는다고 토로했다.

문을 부수고,넘어져 다치고,늦은 밤 고래고래 고함 지르는등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일들을 연속 저지르는 노인들을 효과적으로 돌보기 위해 방.부엌.거실등에 8대의 무인감시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했다.

“주말이나 휴일에 자원봉사차 오는 청소년과 지역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큰 도움이 된다”는 宣목사는“병든 부모와 노인을 극진히 보살펴야 하는 것은 인간된 기본 도리인데도 버려지는 치매노인이 점점 늘어가는 세태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0344-974-8235.

〈전익진 기자〉

<사진설명>

고양시행주외동에 샘터마을을 조성해 치매노인 30명을 보살피고 있는 선호재목사가 노인들에게 과일을 건네주며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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