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쿼터>누가 감독이고 누가 코치인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한국농구는 프로화하면서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3명의 심판과 쿼터제 도입,외국용병 2명 허용등의 내용적 변화는 물론이고 미국프로농구(NBA)를 본뜬 치어리더의 등장과 3점슛대회.덩크슛 콘테스트.관중 롱슛대회등 바스켓쇼까지

곁들이며 흥행을 위해 나름대로 몸부림치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바로 감독.코치들의 행태가 아마추어 수준 그대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타임아웃을 불러 선수들이 벤치에 들어설 때의 그 난장판같은 혼란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해 준다.외국선수 2명에 대한 언어소통의 어려움은 그런대로 이해할 만하지만 경기중 감독과 코치들이 뒤엉켜 과장된 제스처와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모

습은 가관이 아닐 수 없다.이 볼썽사나운 혼란은 경기의 통수권자가 누구인지 책임소재조차 불분명한데다 감독들의 올바른 선수장악까지 방해한다.

NBA를 보라.막판 승부의 분수령이 되는 순간에도 오히려 냉철하게 초관리에 나서며 선수들을 지휘한다.또 경기중 코치들의 조언을 듣는 경우도 있지만 작전지시는 결코 중구난방식이 아닌 감독 한사람의 전유물이다.

경기도중 감독이 흥분하는 일이 있더라도 보좌하는 코치들은 냉정해야 한다.구단주들도 감독과 코치들을 공동운명체로 생각하고 감독을 경질할때 코치들도 함께 교체해야 한다.감독에게만 책임을 물으면 코치가 선수들을 충동질해 선수들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는 내분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미국코치협회에서도 산하에 어시스턴트코치위원회를 별도로 두어 매년 보고서를 내는등 독자적 활동을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감독 1명,코치1명을 두어 코치는 감독을 보좌토록 하는데,그러다 보니 감독이 약한 팀과의 경기등에는 코치에게 작전권을 위임하는 인정(?)을 베풀 때도 있다.이런 일은 냉엄한 승부의 프로세계에서는 있을 수도,있어서도

안된다.그 대신 코치를 2~3명 늘려 공격과 수비,장신자,스카우트등을 역할분담시키며 감독을 보좌만 하도록 하고 경기장 안에서는 일체의 월권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방열(경원대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