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적자인 미국·일본도 화끈하게 돈 푸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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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대공황 때 세계 경제를 구한 일등 공신은 나랏돈을 확 풀어 고용을 늘리고 수요를 확대하는 뉴딜 정책이었다. 케인스식 처방이었다. 이후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면 나랏돈을 풀어 도로와 철도를 놓는 식의 정책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라는 지금의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각 나라는 이 처방을 쓰고 있다. 세금도 깎아 주면서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올해 6, 9, 11월 세 차례에 걸쳐 총 33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군불로는 식어 가는 경기를 되살리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골이 워낙 깊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과 같은 신흥국가의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지금은 전시와 같은 상황”이라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에서 돈을 푸는 것을 꺼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미 97년 외환위기 때 재정지출을 늘려 고통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다. 재정이 튼튼해 덕을 봤다. 당시 한국의 나라 살림은 93년부터 매년 흑자를 낼 정도로 건전했다. 그러나 97년 말에 외환위기가 터지자 세수가 줄어 나라 살림은 적자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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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적자에 연연하지 않고 98년 7월 추경예산을 편성해 11조6800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했다.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정부는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을 확대했다. 99년에도 13조5000억원의 빚을 냈다. 정부가 여러 사업을 벌이니 일자리 창출→개인 소득 증가→소비 증가→투자 증가→일자리 증가의 선순환이 이뤄졌다. 98년 -6.8%까지 떨어졌던 성장률이 99년 9.5%로 뛰어올랐다. 경기가 좋아지자 2000년부터 나라 살림은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경제가 잘 돌아가면서 소득이 늘어난 개인과 기업이 내는 세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부작용은 있었다. 나랏빚이 크게 늘었다. 97년 60조3000억원 수준이던 국가 채무가 98년 80조4000억원, 99년 98조6000억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나랏빚은 우리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다. 2006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는 0.4% 흑자다. 미국(-2.3%)·일본(-2.4%)·영국(-2.9%) 등은 나라 살림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도 경기를 살리기 위해 과감하게 돈을 풀고 있다. GDP 대비 나랏빚도 한국은 33.4%에 불과하다. 미국(61.5%)·일본(179.3%)·영국(46.6%)보다 그 비중이 작다. 우리로선 돈을 더 풀 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0일 VIP리포트에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1조원 늘리면 연간 성장률을 0.1%포인트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도 “33조원 정도의 돈을 쓰면 성장률이 1%포인트 올라가고, 8만 개의 일자리가 더 생긴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나랏돈을 마구잡이로 풀어서는 안 된다. 적재적소에 선제적으로 돈을 써야 한다. 일본은 90년대 장기불황에 빠졌을 때 앞뒤 가리지 않고 인프라 건설에 돈을 퍼부었지만 효과를 못 낸 아픈 경험이 있다.

미국·중국·일본 등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공공사업이나 성장동력을 키울 수 있는 SOC·신기술 투자, 빈곤층을 돕기 위한 복지예산 등에 재정을 적극 투입하고 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경기를 살리고 성장을 이끌, 꼭 필요한 분야를 추려 나랏돈을 체계적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윤·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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