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던 이운재 웃고, 웃던 김병지 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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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별은 뜨고 진다. 2008년 축구계에도 많은 별이 명멸했다. 희비 쌍곡선을 그린 선수들을 통해 올 한 해 축구계를 돌아봤다.

◆이운재(수원)-김병지(서울)=지난해 아시안컵 음주 파문으로 중징계 당한 이운재는 암담하게 출발한 한 해였다. 그의 공백을 틈타 김병지가 올 초 대표팀에 재발탁됐지만 부상에 따른 결장 탓에 소속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방출 통보를 받은 김병지는 새 구단을 찾고 있다. 이운재는 징계 직후 출전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사우디아라비아 원정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K-리그에서는 소속팀 우승과 최우수선수(MVP) 수상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정성훈(부산)-이동국(성남)=1979년생 동갑내기인 둘의 처지는 올해 완전히 역전됐다. 정성훈은 29살이 돼서야 난생 처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월드컵 예선 아랍에미리트(UAE)전과 사우디전에서 눈부신 투혼으로 주전을 꿰찼다. “허정무 감독이 찾아낸 ‘보석’”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정성훈에 10년 앞서 월드컵 무대를 밟았던 이동국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한 뒤 K-리그에 복귀했지만 옛 기량을 못 찾고 있다. 현재는 일본 J리그 팀을 알아보는 중이다.

◆기성용(서울)-고종수(대전)=기성용은 올 한 해 한국 축구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이제 불과 19세. 얼마나 더 성장할지 예상할 수 없는 기대주다. 고종수 역시 19세 때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렸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무대를 누빌 때가 불과 20세였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고종수는 시민구단 대전에서도 퇴출될 위기다.

◆김형범(전북)-이천수(수원)=이천수는 2005년 스페인에서 K-리그로 유턴한 직후 자신을 낮추고 팀에 헌신, 울산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네덜란드 진출 실패 후 수원에서 뛴 올해 그는 “팀워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우승 날에도 그는 보이지 않았고, 구단은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 소속팀에서 부진한 탓에 대표팀에서도 외면당했다. 그간 이천수가 맡았던 대표팀 프리킥 전담 키커 자리는 김형범이 차지했다. 올해 프리킥으로만 4골을 기록한 김형범이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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