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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카고 전시 초대 받은 판화가 이주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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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종이 사람’으로 현대인의 삶을 통찰하는 이주연(上)씨와 그의 판화 ‘행진’.

판화가 이주연(34)씨는 2004년 4월과 5월을 잊을 수 없다. 4월에는 생애 첫 개인전을 열었고, 5월에는 처음 외국전 초대를 받았다. 오랜 어둠 끝에 찾아온 빛처럼 기분 좋은 이 사건을 그는 "더 감동 넘치는 그림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달 6일까지 서울 관훈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연 개인전'페이퍼 맨(종이 사람)'으로 주목받았다. 종이처럼 구겨지기 쉽고 연약한 현대인의 심리 상태를 칼맛이 선 흑백 판화로 상징한 그의 작품을 많은 사람이 즐기고 좋아했다. 마침 중앙일보 영어신문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중앙 데일리'가 이씨 작품세계를 전면으로 다뤘다. 금산갤러리에서 5월에 여는 전시회를 위해 서울에 들어와 있던 마이클 밀러(65.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판화과 과장)가 이 기사를 읽고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 친구인 강애란 이대 미대 교수를 통해 이씨의 작업실을 찾은 밀러 교수는 당장 함께 2인전을 열자고 초청했다. 이씨는 "운도 좋았지만 인연인 듯 싶었다"고 돌아봤다.

"사람을 다루는 것이나 표현 기법이 비슷했어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처럼 보이는 작품 특성도 닮았고요. 오죽하면 한번도 본 일 없는 두 사람이 맞춘 듯 액자까지 똑같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씨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병환으로 고통 받았던 세월, 작업실에 불이 나고 온갖 힘든 일이 몰려왔던 시간이 30년이나 위인 밀러 교수의 삶에 대한 통찰과 나의 마음을 통하게 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요즈음 이씨는 내년 2월 시카고의 월시 갤러리에서 열 전시를 위한 준비에 시간 가는 걸 잊고 있다. 여전히 '종이 사람' 연작이지만 대작 위주로 욕심껏 일을 낼 작정으로 매달리고 있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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