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비율 기준 대폭 강화…금융계 '新BIS'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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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새로운 바젤협약(바젤Ⅱ)이 금융계와 경제 전반에 적잖은 풍파를 몰고 올 조짐이다.

바젤협약이란 스위스 바젤에 본부를 둔 국제결제은행(BIS)이 1998년 바젤은행감독위원회를 통해 마련한 국제규약이다. 흔히 BIS 자기자본비율 8%로 대변되는 이 규약은 올 상반기 중에 은행에 대한 자기자본 건전성 규제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돼 2006년 말부터 세계적으로 통용될 전망이다.

이럴 경우 국내 은행들은 부득이 BIS 비율이 크게 내려가 막대한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은행권 충당금 비상=은행들은 기존 협약에 따라 정상적 기업대출에 대해 같은 기준의 충당금을 쌓아왔다. 하지만 새 바젤협약을 따르면 대기업은 지금보다 충당금을 적게, 중소기업은 많이 쌓을 공산이 크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큰 은행들은 BIS 비율이 2%포인트 정도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BIS 비율 8%를 넘기지 못하는 은행이 나올 수도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달 하순 PwC와 새 바젤협약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컨설팅 용역 계약을 했다. 당장 새 협약의 적용을 받는다고 가정해 보니 BIS 비율이 1~3%포인트 떨어져 1조~3조원의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 때문이다.

우리은행도 1~2%가량 BIS 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별도 조직을 만들어 신용.운영 리스크를 줄이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중소기업 정책대출이 많은 국책은행들은 걱정이 더 많다. 산업은행은 16%선인 BIS 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해 정부 추가출자 요청 등 대책을 강구 중이다.

◇경기불안 심해질 수도=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은 "새 바젤협약이 경기과열 때는 과열을 부추기고, 침체 때는 침체를 더 부추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와 함께 돈을 꿔준 기업들의 부도 위험이 늘면 대출 자산의 신용등급 가중치가 떨어지고 결국 BIS 비율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를 막기 위해 은행들은 대출을 줄여 소비.투자를 위축시키고 결국 경기 침체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금융경제연구원의 진익 박사는 "공적기관이 출자하는 담보부 채권 유동화전문회사를 설립해 과도한 경기변동을 막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동화전문회사는 대출채권이 부도가 날 때 손실 일부를 보전해 주는 계약을 은행과 한 뒤 이 대출채권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한다. 경기가 좋을 때는 채권 발행 규모를 줄여 은행의 대출 확대를 막아 과열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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