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폐수를 맑게, 민원 해결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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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여성공무원이 축산 농가의 고질적인 악취 민원을 해결했다.

포항시 북구 청하면 서정리에 있는 모 양돈농장의 악취를 해결한 포항시 환경위생과 고잠순(41·환경7급·사진)씨가 그 주인공. 돼지 3000마리를 키우는 이 농장은 1998년부터 300m 떨어진 서정리 일대에 악취를 풍겨 원성을 샀다.

고씨는 악취를 없애기 위해 사료에 바이오제품·목초액을 넣는 등 여러 방법을 썼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최근 쓰레기 매립장에서 분말활성탄·응집제를 침출수에 넣어 냄새를 제거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응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분말 활성탄은 목탄을 흡착력이 뛰어난 형태로 가공한 것으로, ‘숯’을 악취 제거나 제습제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고씨는 저장조에 모인 축산폐수에 분말 활성탄과 응집제를 넣어 2차로 찌꺼기(고형물)와 액체 폐수를 분리해 찌꺼기를 다시 퇴비로 사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시험 결과 이 방법으로 처리하고 남은 폐수는 의외로 맑고 깨끗했다. 축사를 청소하는 물로 재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마저 안되면 폐수는 액체 비료를 만드는데 사용했다. 이 농장은 지금까지 축산폐수 중 고형물과 액체 폐수를 1차 분리한 뒤 고형물만 퇴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해양투기를 해 왔다.

고씨의 방법대로 폐수를 처리한 결과 농장의 악취는 30도에서 3도로 줄었고 민원도 사라졌다. 또 폐수를 액비 등으로 재활용하면서 해양투기가 필요 없게 돼 투기비용(연간 4500만원)을 절약하게 됐다. 농장 주인 예모(55)씨는 “절약한 돈으로 충분한 양의 분말 활성탄과 응집제를 구입할 수 있어 추가 비용 없이 악취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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