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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은행 경쟁력과 부실與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최근 한보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은행의 경쟁력에 장애가 되는 요소로서 부실여신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튼튼하게만 여겨졌던 대형 시중은행들이 한 재벌기업의 부도로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대외신용도하락으로 향후 자금

조달비용에서 불리함을 감수해야 하는 등 장기적 경쟁력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현재 부실여신의 문제점은 부실여신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지 않아 그 대응이 시기적절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은행의 신용도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실여신의 기준이 엄격하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다.

은행감독원의 공식적 기준에 따른 부실여신 현황을 살펴보면 96년 6월말 현재 우리나라 일반은행의 부실여신 비율은 1.01%로 80년대말의 3%수준에 비해 상당히 감소했으며,주요 비교대상국 은행에 비해서도 높지 않은 수준이다.그러나

6개월 이상 이자지급 등이 연체돼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여신까지 포함할 경우 부실여신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한보사태에서 나타났듯이 현재는 부실여신으로 분류되지 않으나 잠재적으로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여신규모가 얼마나 될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한편 산업합리화여신이나 법정관리여신 등과 같이 은행이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부실여신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도 부실여신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배경이 되고 있다.또한 은행이 자체적으로 특정여신을 부실여신으로 해석해 상

각처리하기 위한 요건과 절차가 까다롭고,세제상 부실여신의 손금(損金)인정한도가 제한돼 있으며,최근에는 주식평가손 등으로 인한 이익감소로 충당금을 충분히 설정할 수 없다는 것 등도 부실여신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부실여신에 따른 잠재적 손실이 경영실적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경우 은행입장에서는 부실여신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예를 들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지 않을 경우 적자가 흑자로 나타나 배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부실여신의 손실처리에 따른 세제상의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된다.또한 허수적 경영실적에 현혹돼 내부적으로 경영합리화를 위한 노력이 미흡하고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부실여신의 축소는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은행경영에 대한 시장감시기능을 약화시킨다.특히 부실이 적은 은행과

많은 은행이 구별되지 않는 것은 은행이 외형위주의 고위험-고수익 전략을

추구하게 하는 배경을 제공하고

이는 다시 은행의 경영위험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부실여신을 정리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첫째 개별은행이 단계적으로

대손충당금과 상각규모를 늘림으로써 자체적 부담으로 부실여신을 줄이는

방안,둘째 은행공동 또는 정부주도로 채권정리회사를 설립해 각 은행의

부실채권을 매입함으로써 단기간 내에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방안,셋째 부실여신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있다.어떠한 방안을 선택하든 산업합리화자금공급 등 그동안 재정이

부담해야 할 부분까지 은행이 부담해 현재에 이른 상황을 고려할 때

공적인 지원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이밖에 손금인정한도를 확대하고 경영평가제도를 개선해 은행의

충당금(充當金) 일시적립기피를 완화하며,부실여신의 기준과 공시정책을

개선함으로써 시장감시기능을 활성화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은행의

경영합리화 노력을 부추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보사태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은행의 자율경영체제를

확립함으로써 자기책임아래 여신을 제공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는 것이

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유방안이 될 것이다.

박경서〈한국금융硏 副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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