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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신풍속도 ‘포트럭 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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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얄팍한 연말, 포트럭 파티
송년모임 하면 으레 근사한 레스토랑·호텔을 떠올리지만 올해는 어쩐지 망설여진다. 지갑 사정도 그렇지만 주위의 시선 또한 달가울 것 같지 않은 탓이다. 차분하면서도 의미 있는 송년을 위해 지혜를 발휘할 때다. 파티 플래너 지미기(32)는 ‘포트럭 파티’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는 주관자가 공간과 그릇 정도를 준비하고 참석자들이 한가지씩 자신있는 음식을 마련해 오는 홈파티다. 주관자는 따뜻하게 먹어야 하는 음식을 준비하고, 참석자들이 가져올 음식들이 겹치지 않도록 중간점검하는 역할을 맡으면 된다. 초대손님을 ‘대접’하는 게 아니라 ‘함께 즐기는’ 개념이다. 유머러스하고 입담 좋은 분위기 메이커를 한 두명 정도 초대하면 효과 만점. 자칫 어색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띄우는 데 제격이다.

스탠드와 향초로 따뜻한 분위기 연출
연말 파티는 ‘따뜻한’ 분위기 연출이 포인트.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빛은 더없이 좋은 소품이다. 차가운 느낌의 형광등을 켜는 것은 금물. 아로마 향초를 이용해 향기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도 좋다. 지미기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기억하는 홈파티는 그다지 화려하지도 근사하지도 않다. 작은 원룸에서 조명 하나로 즐겼던 ‘화이트’ 컨셉트의 파티가 그것.
“드레스 코드가 ‘화이트’라는 거예요. ‘홈파티인데 무슨 드레스 코드냐’고 불평하면서도 다들 흰색 옷을 입고 오긴 했어요. 갓 이사한 작은 집이었는데, 현관문을 열자 방 한가운데 하얀색 테이블이 덩그러니 놓여 있데요. 테이블 안에 조명이 내장된, 테이블 자체가 조명인 특별한 가구였죠. 하얀색 테이블과 하얀색 옷을 입은 게스트들···. 온통 하얀 공간에서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나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어도 그 자체가 하나의 흥겨운 놀이였죠.”파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술.
밝고 유쾌한 분위기엔 샴페인 만한 것을 찾기 힘들다. 샴페인의 거품 속 탄산가스는 알
코올의 빠른 흡수를 도와 파티 분위기를 빨리 무르익게 하는 효과가 있다. 와인을 마시
면 기분이 다운되고 차분해지는 반면, 샴페인은 경쾌하고 들뜬 기분을 만들어주는 묘
약이다.

고정관념 탈피, 편안한 공간이 중요
파티 플래너들은 “서양 영화 속에서의 홈파티를 떠올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홈파티를 계획하고 있다면 새겨둘 얘기다. 우리네 주방에는 영화처럼 긴 다이닝 테이블도, 운치 있는 벽난로도 없다. 굳이 식탁에 모두 둘러 앉지 않아도 돼요. 몇 명은 식탁에 앉고 또 몇몇은 소파에 앉으면 되는거죠. 지미기는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서로 즐겁자고 하는 파티에서 격식에 얽매여 마음이 불편해져선 안된다는 것. 신경 써서 프로그램을 짤 필요도 없다. 그냥 ‘수다’를 떨면 된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안부를 묻고 유쾌하게 웃고 떠드는 것이 최상의 파티란 얘기다. “그냥 호프집이나 포장마차에서 수다를 떤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초대하는 사람도 초대받은 사람도 부담이 적겠죠?”

프리미엄 하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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