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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5cm깊이로 박혀 의료진 제거수술 포기- 이한영씨 피격서 사망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이한영(李韓永.사진)씨가 피격당한 것은 지난 15일 오후9시52분.

처남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신이 임시 거처하고 있던 김장현(金章顯.44.경기도성남시분당구서현동 현대아파트816동1402호)씨 집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순간 괴한들로부터 총알 한발을 왼쪽 이마에 맞고 쓰러졌다.

범인이 달아난 뒤 곧바로 문을 열고 나온 金씨의 부인 남상화(南相華.42)씨와 아파트 경비원에게 뭔가 말하려 했던 李씨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119구급대에 의해 오후10시20분쯤 분당 차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李씨는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 동공이 풀리고 이마에선 선혈이 계속 흘러내렸다.

오후11시5분 단층(CT)촬영 결과 총알이 뇌 안쪽 5㎝ 깊이에 박혀있는 사실이 확인됐고 오후11시30분 수술에 들어갔다.

의료진은 수술을 하면서 총알이 회전하며 뇌를 휘저어 놓은 것을 확인,총알을 제거하는 것마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손상된 부위에 대한 치료를 하고 수술을 마쳤다.

수술실에 들어갈 당시 李씨는 응급실로 실려올 때와는 달리 강한 자극에도 꼼짝을 하지 않고 자기호흡 마저 사라져 산소마스크에 의지,겨우 숨을 유지했다.수술이 진행되면서 혈압이 50~60까지 뚝 떨어져 혈압상승제를 맞기 시작했다.

다음날(16일) 0시50분 李씨는 수술을 마치고 3층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4시간여가 지난 오전5시쯤 혈압이 상승하기 시작하고 가슴에 전기충격을 가하면 손가락을 움직이는등 반응을 보여 지켜보던 경찰과 가족들이“회생하는 것이 아니냐”며 흥분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전8시부터는 이같은 반응도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뇌기능이 완전히 사라져 뇌사상태에 들어갔고 혈압상승제와 산소마스크가 없으면 그나마 생명조차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의료진은“2~3일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평소 심장과 폐기능이 좋았던 李씨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목숨을 유지,지켜보는 이들에게 실낱같은 기대감을 안겨줬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머리 속에 분단의 한과도 같은 총알을 간직한 채 피격 11일만에 끝내 저 세상으로 떠났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어머니 성혜랑(成蕙琅)씨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것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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