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곳 찾아 ‘나눔과 봉사’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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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석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로 이뤄진 무지개봉사단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6일 지개봉사단 학생과 학부모들이 화정2동 주택가에서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서석고 제공]

 6일 오후 광주시 서구 화정동 서석고 부근 주택가.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100여명이 길게 늘어서 연탄을 배달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광주서석고 무지개봉사단(대표 임문주 교장) 회원들이 나서 홀로 지내는 노인 4명의 집에 연탄 1200장을 나르고, 생활 형편이 어려운 가정 17곳에는 생필품을 전달했다.

이 학교 1학년 윤영석 군은 “어르신들이 작은 정성에 정말 좋아하셔서 저희들 마음도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비용은 10월 학교 축제 때 학부모봉사회의 어머니들이 먹거리 장터를 운영해 마련했다.

학부모봉사회의 박현인(45·여) 총무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다 아들이 입학한 후 자연스럽게 학부모봉사회에 들었다”며 “소외된 이들을 돌아보고 아들과 대화할 시간도 많아져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무지개봉사단이 결성된 것은 1998년 말. 외환위기 여파로 사회복지 시설이 어려움을 겪자,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해 오던 이들이 서로 힘을 합쳐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펴자는 취지로 모임을 꾸렸다.

세실리아요양원과 쌍촌시영종합복지관, 엠마우스복지관 같은 사회복지시설과 자매결연하고 후원회 활동을 폈다. 당시만 해도 고교생들이 용돈을 아껴 후원활동을 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당초 학생들의 적성과 특기를 살린 동아리 별로 봉사를 해 오다 지속적으로 후원하기 위해 학년 별로 자매 결연한 곳을 찾았다. 주말마다 이들 시설엔 학생들이 번갈아 가며 방문해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거나 목욕을 시켜 주고 청소를 했다.

올해에만 교사와 학생 1000여명이 참여했고, 1회에 1인당 1000원씩 모두 10여 차례에 걸쳐 1100만원의 성금을 모아 기탁했다.

학부모들도 ‘디딤돌 봉사회’를 조직해 학교 인근 저소득가정, 서창 사랑의 집, 세실리아 요양원, 전남 영광 복음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학교 측은 이들 복지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을 매년 학교 축제에 초청해 함께한다.

임문주 서석고 교장은 “최근 무지개봉사단 창립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다졌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나눔을 실천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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