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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활동 확대' 파장] "美 2사단 병력 더 빼내나"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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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캠벨 한미연합사 참모장의 기자회견이 열린 25일 오전 용산기지내 미8군 사령부 연병장에서 병사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찰스 캠벨 한미연합사 참모장(중장)의 25일 기자회견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필요시 주한미군을 세계 어디라도 출동시키겠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발이 묶인 붙박이 군이 아니라 세계의 분쟁에 대처하는 기동군이자 원정군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미 2사단의 이라크 차출은 이런 전략 개념의 변화로 봐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앞으로 잔류 주한미군도 한반도 밖을 들락거릴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하다.

주한미군의 이런 운용 방침에 따라 주한미군 기지는 항구적 전진기지에서 군대 이동의 '정거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한.미동맹의 질적 재편도 불가피해진 것 같다. 북한 침략 억지 및 한반도 안정과 평화 유지 동맹에서 지역 분쟁에도 발을 들여놓는 동맹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는 캠벨 참모장이 "한미연합군이 역내의 인도주의적 작전이나 동북아 평화유지 작전에도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데서 잘 드러난다. 군 재편(Army Transformation)으로 향상된 미군의 전쟁 수행 능력은 주한미군 전략 개편의 직접적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굳이 한반도에 미군을 고정배치하지 않아도 미 본토나 역내 다른 기지에서의 전개를 통해 예전과 같은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캠벨은 강조했다.

둘째는 한국의 한반도 방위에 대한 강조다. 한국군의 강화된 안보 능력을 강조하면서 "한국군은 한반도 안전보장에서 점점 더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방위는 앞으로 한국이 주(主)가 되고 주한미군이 종(從)이 되는 관계로 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주한미군의 규모가 줄고 기동성이 늘어나면 한국은 독자 방위력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캠벨의 이날 회견 내용은 주한미군과 관련한 새 독트린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이 지난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주한미군의 지역적 역할(Regional Role)과 관련해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을 갖도록 합의한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미측의 이런 입장에 따라 우리가 떠안게 될 부담은 한둘이 아니다. 당장 안보 공백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캠벨은 미국의 한반도 안보공약에 변함이 없다고 확인하고 110억달러어치의 전력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가 밝힌 전략 개념은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도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어 한국인의 안보 우려를 씻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군의 전력 증강도 발등의 불이 될 전망이다.

다른 하나는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 주한미군의 기동군화에 따른 주변국의 반발 가능성이다. 양안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은 한국이 양안 사태에 개입할 수도 있는 미군을 주둔시키는 데 대해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중국은 한.미동맹이 지역 동맹으로 성격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데도 촉각을 세울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전략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보다 유기적으로 통합하려는 것도 포함돼 있다. 북한도 반발하고 있다. 주한미군을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하고, 기동성을 강화하는 것이 북한 선제공격과 맞물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주한미군의 작전지역이 주변으로 확대되면 한반도 이외의 분쟁에 한국이 자동으로 개입할 여지가 생긴 점은 우리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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