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테이지>저작권보호 외면하는 연극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노교수와 여미용사의 사랑얘기를 상큼하게 엮은 번역극'리타 길들이기'가 구설수에 올랐다.

91년 이 작품을 발굴.공연해 꽤 성공을 거둔 극단 서전(대표 박계배)과 사전 양해없이 이 작품을 현재 공연하고 있는 극단 예일무대(대표 이승호)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원칙적으로 말해 원작자(윌리 러셀)의 허락없

이 슬그머니'도용'했다는 면에서 죄가 있기는 양쪽 마찬가지다.

그러나 초연(윤주상.최화정 출연)의 흥행성공에 고무돼 94년 재공연,올 여름 또 한차례의 공연을 계획하는등 명실상부하게 자신의 레퍼토리로 내심'확정'하고 있던 서전은'나 몰라라'하는 예일무대의 처사가 영 못마땅한 것.

더구나 대단한 성공작이었던 만큼 한 극단의'주 수입원'은 인정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예일무대측의 항변도 만만찮다.국내 초연된 것이 이미 오래전이고 좋은 작품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므로'내 것'이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얘기.더구나 극단 성좌에서도 이미 공연한 적이 있어 한 작품의 고정 레퍼토리로 인정해주기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아무튼 두 극단의 이같은 대립이 한국 연극계의 취약성을 드러내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외국작품을 정식 로열티 계약없이 맘대로 공연하는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성은 아예 없기 때문.

자칫 선후배 사이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이번 승강이를 계기로 우리 연극인들에게 국내외 작가와 연출자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더 진지한 연구와 각성이 요구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