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탄신600주년심층점검>5. 방치된 한국어 세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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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우리나라는 정책적으로 세계화를 내세우고 있다.그러나 세계화는 남을 추종하는 것만이 아니다.가장 민족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란 말도 있듯 우리의 것을 남에게 보급하는 것도 세계화다.우리 언어문화를 보급하는 것도 이러한 것이다.

한국어의 세계화,말을 바꾸면 한국어의 해외보급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재외동포에 대한 교육과 외국인에 대한 교육이 그것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5백20여만명 동포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거의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다.오늘날 우리가 수교하고 있는 나라는 1백75개국이다.그런데 재외동포의 교육기관은 95년말 현재 15개국에 전일제 초.중등 학교가 겨우 21

개교,한국어교육원이 13개국에 37개 설치돼 있을 뿐이다.

이밖에 재외동포가 스스로 민족교육을 위해 설립.운영하고 있는 정시제(定時制) 한글학교가 71개국에 1천2백94개교가 있다.이들에게 교재마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주소다.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주로 외국 대학에서 실시되고 있다.96년6월 현재 한국어과나 한국학연구센터등을 개설하고 있는 대학은 48개국에 2백72개 대학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우리의

경제성장에 따라 급증한 숫자다.이러한 증가추세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따라서 이들의 수요가 충족되도록 한국어 교육시설을 확충하고 강화해야 한다.

국내에서 한국어 교육은 서울대를 비롯해 몇개 대학에서 취학할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취업 외국인이나 우리 언어문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선 한국어를 가르칠 이렇다할 교육기관이 없는 형편이다.

한국어의 해외보급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교재와 교사및 교육시설이 부족한 것이다.교재는 학습자의 모어(母語)에 따라 달리 만들어져야 한다.교사는 본격적인 교사양성기관이 없기 때문에 자격을 갖춘 사람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그래서 각국에서 유능한 교사를 애타게 찾지만 이를 해결할 길이 없다.한국어 지도자 과정이 하루속히 설치돼야 하겠다.국내외 한국어교육기관은 부족하고 대체로 영세하다.그래서 우리를 후원하는 친한인사를 길러야 한다.한국어 능력검정시험이 금

년부터 시행되는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박갑수 교수 (서울대.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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