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제대로 못한 탓에 … 배구 삼성화재 ‘아, 옛날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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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7일 LIG손보 전에서 세트스코어 0-2로 몰리자 고개를 숙인 채 아쉬워하고 있다. [대전=임현동 기자]

한때는 77경기를 계속 이겼고, 9년 연속 성인배구의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이젠 과거의 일일 뿐이다. “세월 앞에 장사가 어디 있겠습니까”라고 내뱉는 신치용 감독의 푸념에서 삼성화재의 현주소가 확연히 드러난다. 삼성화재 배구가 사양길을 걷고 있다.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1라운드에서 삼성화재가 또 졌다. 이번엔 프로배구 4강 중에서 최약체로 꼽혀온 LIG손해보험이다. 1-3 패배다. LIG손보에는 2007년 2월 10일 서울 중립경기에서 진 뒤 1년10개월 만이다. 1라운드에서 삼성은 외국인 선수가 없는 켑코45(옛 한전)와 신협 상무에만 이겼을 뿐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에 완패했다. 삼성화재는 시즌 2승3패로 3위 LIG에 이어 4위로 내려앉았다.

◆세대교체의 실패=김세진, 신진식, 김상우 등을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삼성화재였지만 2006년 이들이 은퇴하면서 하강세가 뚜렷하다. 문제는 이들을 이을 선수가 없다는 점. 성적 역순으로 드래프트를 하는 신인 선발제도 방식 때문에 늘 1~2위를 다투던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삼성화재를 지탱했던 힘은 리베로 여오현을 비롯해 석진욱, 손재홍 등 수비력 좋은 선수들이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이들의 수비와 외국인 선수 안젤코의 공격력을 합쳐 우승을 일궈냈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이들도 하락세가 뚜렷했다. 김상우 LIG 코치는 “지난해에는 진욱이가 보조공격수 역할을 해줬지만 이번 시즌에는 진욱이조차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4~5년 사이 입단한 이형두, 조승목, 권광민, 이용택, 홍정표 등은 선배들에게 밀려 주전으로 클 기회가 없었다. 신치용 감독은 “기존의 것을 버리고 새로 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지만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지적이다. 세대교체 실패가 ‘삼성화재 몰락’의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안젤코마저 한계=신 감독은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에 연패당한 직후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버리고 갈 상대와 잡고 갈 상대를 나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맞붙은 LIG는 ‘꼭 잡고 갈 상대’였지만 잡지 못했다. 리시브가 흔들려 안젤코에게 좋은 토스가 연결되지도 못했지만, 안젤코 스스로도 LIG의 장신 벽에 부담을 느꼈다. 특히 1세트 LIG 장신 외국인 선수 카이(2m15㎝)에게 막힌 뒤 이를 피하기 위해 밀어때리면서 범실도 12개나 나왔다. 팀내 공격 점유율이 50%를 넘는 안젤코는 1라운드를 마쳤을 뿐인데도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대전=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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