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롱? NO, 크리스티나 김! 씁쓸한 아메리칸 걸의 변심

중앙선데이

입력 2008.12.07 04:12

업데이트 2008.12.07 21:30

중앙SUNDAY

2005년 솔하임 컵 미국대표선수로 출전한 크리스티나 김이 동료들을 응원하고있다.
지난 10월 3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개막한 LPGA투어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 첫날. 통통한 몸매의 한 선수가 티잉그라운드에 올랐다. 아나운스먼트는 그녀를 ‘한국의 김초롱 선수’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미국의 한국계 골퍼, 크리스티나 김(24)이었다. 크리스티나는 나중에 “아버지를 통해 주최 측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런 크리스티나의 모습은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에게 일말의 애정을 가진 한국 팬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팬들은 ‘한국인 김초롱’이라는 호칭에 대한 그녀의 반감을 뜻밖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2006년 경남 고성 공룡 세계 엑스포의 홍보대사로까지 위촉됐던 그녀가 아니던가.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 2라운드를 마친 뒤 크리스티나는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한국에서의 우승은 나한텐 일종의 ‘복수’가 될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논란을 일으킨 사람이란 걸 잘 알고 나를 싫어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건 미국에서도 마찬가지고 나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크리스티나가 ‘미운 털’이 박힌 것은 2005년 9월 미국과 유럽의 여자골프 대결인 솔하임 컵에 출전했을 때의 일이다. 그녀는 미국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는데, 양쪽 뺨과 팔뚝에 성조기를 그려 넣고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는 모습이 ‘골프월드’ 잡지의 표지에 등장했다. 크리스티나가 한국과 일본의 대항전인 핀크스컵(2004년 12월)에 참가한 지 불과 9개월 뒤의 일이었다.

당시 핀크스컵을 주최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미국 국적을 가진 크리스티나를 출전시키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기자회견에선 “언젠가 꼭 태극마크를 달고 싶었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그런 그녀가 불과 9개월 후 미국 대표팀의 치어리더 역할을 맡은 것이다.

올해 한·일전은 6일 시작했지만 크리스티나는 참가하지 못했다. 그녀가 한국인이라 해도 출전할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크리스티나의 지난 3년간 성적은 참담하다. 2004, 2005년에 1승씩 거뒀지만 이후 88개 대회에서 2위에 세 번 오른 것이 전부다. 국내 투어를 평정한 신지애·서희경 등과 LPGA에서 뛰는 박인비·이선화 등이 포함된 한국팀에 크리스티나가 설 자리는 없다.

크리스티나도 그다지 아쉽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 한국과 연관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11월 30일 끝난 렉서스 컵(아시아팀 대 세계연합팀 대항전)에서 세계연합팀은 12.5 대 11.5로 승리했는데, 크리스티나가 결승점을 따냈다. 그녀는 “주장인 안니카(소렌스탐)에게 승리를 바칠 수 있어 감격스럽다. 기분 최고”라며 특유의 과장된 제스처를 보여 줬다.

그녀가 한국 기업의 후원을 받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굳이 미국 투어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KLPGA에 크리스티나보다 상품성이 훨씬 뛰어난 선수가 수두룩하다. 크리스티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한국인 행세를 해 봐야 얻을 것이 더 이상 없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에 대해 한국인 운운하는 것에 예전보다 더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지호 기자 j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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