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잡아라>점포없는 백화점 외국 통신판매사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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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서울개포동에 사는 주부 신수진(45)씨는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미국 통신판매(통판)회사인 랜드스 엔드(Land's End)의 카탈로그를 우연히 보았다.

〈관계기사 35면〉

랜드스 엔드는 각종 의류와 신발.가방등 신변 잡화류를 주로 파는,미국내에서도 꽤 알아주는 통판회사.

값은 티셔츠의 경우 20~30달러인 중저가 제품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유행에 관계없이 입을 수 있는 점잖은 패션을 택하기 때문에 몇년전 일본에서 대히트했을 정도로 동양인에게 잘 어울리는 제품이 많다.

남편의 유학시절 미국에서 산 경험이 있는 신씨는 주저없이 미국 랜드스 엔드사로 주문 신청을 냈다.

팩스로 티셔츠 3벌을 사겠다는 뜻과 함께 신용카드 번호를 보냈더니 불과 2주일만에 주문한 물건을 우체국을 통해 받을 수 있었다.

신씨는“세금 1만원을 포함하더라도 집안에 가만이 앉아 미국산 티셔츠를 국산보다 싼 개당 2만원에 살 수 있었다”면서 미국 통판회사의 발빠른 움직임에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신씨의 경험은 통신판매에 관한한'초보'에 속하는 것이다.

랜드스 엔드는 미국에 앉아 한국의 소비자들을'원격조종'하고 있지만 프랑스의 시릴러스와 트와 스위스,미국의 에스터 인터내셔널,영국의 프리맨스등의 통판업체는 한국에 대리점을 차려놓고 직접 공략에 나섰다.

외국어에 익숙지 못한 한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국말로 주문받은 뒤 이를 한데 모아 본사로 물건을 신청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카탈로그라는'고전적'인 방법 대신 인터넷이나 TV홈쇼핑을 통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인터넷에는 이미 4백50여개의 해외 통판업체들이 자체 상품의 대대적 홍보에 나서고 있으며 내년께는 미국의 유력 통판회사인 에디바우어가 TV홈쇼핑채널로 한국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퍼스트 스텝,빅토리아스 시크릿,바이어스 바톰

등도 한국시장 조사를 끝내고 진출 채비를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외국업체들이 한국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성장 잠재력 때문.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통판시장 규모는 5천6백억원으로 90년 4백억원에 비해 5년만에 무려 10배이상 늘어났다.

전문가들은“2000년대에 진입하는 3년 후면 통판시장이 최고 1조4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경도,점포도 없는 통판시장에 외국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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