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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모피산업 10년만에 활기-한국.러시아.중국등 수요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제 모피산업이 되살아나고 있다.러시아와 중국.한국등지의 늘어난 수요가 원피(原皮)가격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지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시애틀 모피경매에서 비버.여우.너구리등 주요 원피 가격이 지난해 12월보다 15~20%나 올랐다.

모피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밍크 가죽도 생산량 감소로 지난해 이후 뚜렷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모피산업이 불경기로 들어서기 시작한 88년의 경우 밍크 원피 생산량은 4천2백만마리분에 달했지만 지금은 2천4백만마리분에 불과하다

고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전한다.

그 결과 현재 국제시장에서 밍크 원피(1마리분)는 40달러선을 넘어섰으며 비버는 25달러를 웃돌고 있다.

모피의류 강세에는 최근 유럽의 유명 디자이너들이 모피를 소재로 한 의류를 잇따라 선보인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지난달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패션쇼에서도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캐나다 토론토에 본부를 둔 북미지역 모피생산자 마케팅협회의 허만 얀센회장은“모피의류 가격이 지난 5년동안 족히 두배는 오른 것 같다”고 말한다.실제로 현재 최상급 밍크코트 한벌이 북미에서 1만~1만2천달러에 팔리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55개의 모피의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크리스 스파이로풀러스는“지난해 매출증가율이 높은 두자릿수를 기록했다”고 자랑한다.

이같이 모피산업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러시아는 한때 최대 모피생산국이자 수출국이었으나 소련 붕괴이후 최대 수입국으로 돌아섰다.모피동물 사육업에 대한 정부지원 축소가 주

원인이었다.전문가들은 지난 5년간 러시아의 원피 생산량은 그전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한다.

중국의 모피 소비량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그런데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의 경우 완전한 모피의류 제조가 아니라 코트 깃이나 소매 또는 모자등에 부분적으로 사용되는 수요가 대부분이라고 전한다.한국도 고급 원피 소비시장의 하나로 꼽힌다.

한편 북미지역외 최근 주요 모피의류 수출국으로 등장한 나라가 그리스다.그리스는 현재 하루 5천벌의 모피옷을 만들어 러시아와 옛 소련 국가로 대략 반반씩 수출한다.

어쨌든 80년대 후반 과잉생산의 후유증과 동물애호단체들의 반대운동에 부닥치면서 사양길에 들어섰던 모피산업이 거의 10년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으나 향후 시장전망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모피시장이 한풀 꺾일 것으로 보는 이들은 단기간에 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을 든다.

이들은 또 유럽연합(EU)이 덫으로 잡은 동물 가죽에 대해 수입금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심상복 기자>

<사진설명>

러시아등지의 수요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모피산업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사진은 밍크코트를 입은 러시아 모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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