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과학 칼럼

우주에서 끌어오는 무한 에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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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고 있다. 지구상의 태양에너지, 풍력, 수력, 조력, 지열, 바이오 연료 등의 신재생에너지가 그것이다. 이들 에너지는 지리적 제한 및 경제성 대비 효율성 저하로 지구에서 필요한 에너지의 극히 일부분만 공급하고 있다. 원자력에너지 발전은 핵 폐기물의 처리, 핵 확산 및 사고에 따른 위험성 등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 지구에서의 태양에너지는 초기 건설비용과 낮은 효율성으로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아직 경제성이 낮다.

그러나 우주 태양발전은 지표면에서의 태양발전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위성 태양전지판에서 태양빛을 전기에너지로 바꾸고 다시 마이크로파 또는 레이저빔으로 전환시켜 지구의 안테나로 무선 전송한다. 지상에서는 이를 다시 전기에너지로 바꿔 전력을 공급한다. 우주 태양에너지는 오염이 없는 청정 에너지다. 화석연료의 오염원인 이산화탄소와 그린하우스 가스배출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날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수십억 배를 공급할 수 있다. 태양의 수명이 40억∼50억 년 정도로 예측되기 때문에 우주 태양에너지는 거의 무한 에너지로 볼 수 있다.

지상에서는 하루 종일 태양에너지를 받을 수 없다. 하루 중 절반은 태양과 등지는 밤이 된다.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면 태양에너지 생산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환경은 지상에서 태양발전을 하는 데 크나큰 장애물이 된다. 고도 3만5786㎞의 정지궤도(적도궤도)가 태양발전 위성의 최적지로 고려되고 있다. 지구 정지궤도에 위치하는 위성은 1년 중 봄과 가을에 각각 44일 정도를 제외하고 늘 태양광을 받는다. 88일의 기간 중에도 하루 최대 일식기간은 70분 정도에 불과해 거의 항상 태양에너지를 받는 셈이다. 정지궤도상에서는 태양과 보다 가깝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받는 에너지의 2배 정도를 받는다. 우주 태양발전이 상대적으로 효율이 높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태양에너지를 전송하는 우주정거장 개념은 1941년 아시모프의 공상과학소설 『리즌(Reason)』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위성 태양발전은 이후 벤 보바의 소설 『파워셋(Powersat)』과 『식민지(Colony)』에도 그려져 있다.

최근 우주에서 집적한 태양광을 지구상으로 송전하여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안이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의 한 기업은 수년 내 초경량 태양전지 패널을 제작하고 위성에서 지상으로의 송전 기술을 시험할 계획이다. 약 500㎞의 고도에 떠 있는 위성에서 얻은 1㎿의 전력을 지상의 초대형 안테나로 전송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비용은 총 8억 달러다.

우주 태양에너지 실용화의 최대 문제는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이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저비용의 친환경 발사체도 개발돼야 한다. 우주에서 대용량의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선 초대형 태양발전 위성을 우주에서 조립해야 한다. 현재 운용 중인 국제우주정거장보다 커야 한다. 우주에서 지상으로 전기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전달하는 방법도 개발돼야 한다.

우주 태양발전은 아직 실험실 단계의 기술에 불과하다. 향후 수십 년 내에도 기술이나 비용 측면에서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경쟁력 확보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우주에 태양발전 위성을 조립하는 데도 기술, 규정 및 경제적 측면에서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럽 등의 우주 선진국에서는 우주 태양발전의 실용화에 대한 연구를 오늘도 계속하고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