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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자끼리 만나도 불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같은 귀순자라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나를 해치기 위해 파견된 공작원일지 누가 압니까.”

경기도성남시 분당에 사는 귀순자 A(55.목사)씨는 이한영(李韓永)씨 피격사건 이후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껴야할 귀순자조차 믿지 못한채 불안감에 떨고 있다.

야간에는 아예 집밖 출입을 않는다.두터운 신앙심으로 불안감을 씻어내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집 주변을 산책하면서도 앞뒤를 두리번거리는가 하면 조깅할때 스치는 사람이 자신을 염탐하는 것처럼 보이는등 모두가 불안한 광경뿐이다.

특히 A씨는 李씨와 한달 간격으로 비슷한 시기에 귀순했고,북한 고위층의 비리등 내부 사정을 손바닥보듯 알수 있는 북한내 핵심 간부였으며 분당에 살게 된 시점(2년전)도 비슷해 더 불안해 하고 있다.더구나 李씨 피격전 수차례 괴전화

가 걸려왔다는 보도를 접하고선 전화벨 소리만 울려도 가슴이 뛴다.그래서 자신의 신변보호를 맡고 있는 형사가 아니면 가급적 만나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사람을 만나더라도 신원을 확인한뒤 형사를 대동해 만나며 사후 보고절차도 꼭 지킨다.산책할 때도 경찰에 연락,함께 산책할 정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A씨는 귀순뒤 4~5년간 안기부의'그림자 보호'를 받아오다 이후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기찬.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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