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간첩 김수임 연극으로 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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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우리 해방공간에서 암약한 여간첩 김수임 이야기가 연극으로 만들어진다.

오는 4월29일부터 6월8일까지 대학로 동숭홀에서 공연예정인'김수임'(가제).동숭아트센터의'한국현대사 재조명 시리즈'첫작품으로 내용 못지 않게 호화캐스팅을 자랑하는 기대작이다.

그동안'지킴이''실비명''덕혜옹주''세종32년'등 역사문제에 천착해온 여성작가 정복근씨의 신작으로 단짝 연출가 한태숙이 동참한다.출연자들의 면면도 막강한데 뮤지컬'명성황후'이후 1년여만에 윤석화가 타이틀롤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방

은진이 김수임의 친구인 시인 모윤숙으로,한명구가 김수임의 애인 이강국으로 출연한다.이밖에 한상미.최홍일.최일화.이용구등 중견 연기자들이 사건 당시의 판검사와 이복동생등으로 출연한다.

흔히'한국의 마타하리'로 비유되는 김수임은 지난 50년 한국전쟁 발발직전 처형된'전설적인' 여간첩.당시 39세의 나이로 죽은 그는 골수 마르크시스트였던 남로당원 이강국등을 은닉,북으로 탈출시킨 혐의로 잡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는 이때 주한 미군 제20사단 헌병사령관이었던 베어드(이름은 자료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다)대령과 동거하고 있던 터라 사건의 파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자료의 절대빈곤속에서'김수임'과 막판 씨름하고 있는 작가 정씨는“이데올로기란 시대적 열병속에서 사랑 때문에 침몰한 사람의 이야기”로 이 작품을 집약해 표현했다.

“당시 담당검사였던 오제도씨의 증언자료와 법정기록,동아.조선등 신문기사,친구 모윤숙의 자서전등을 뒤져 김수임의 인물됨을 재구성했다”는 그는“김수임이 세간의 이야기처럼 빼어난 미모의 요부도 아니었고 사회주의에 경도될 인물도 아니었던

것같다”고 말했다.

김수임의 출생과 성격에 대한 얘기는 이화여전 영문과 동창이었던 모윤숙의 글이 참고가 될만하다.한 수필집에서 그는“수임은 학생 가운데 유일한 고아로 돌봐주는 친척하나 없어도 늘 인생을 즐겁게 살줄 알고 키가 작아도 쌍방울처럼 귀여움

을 받았다”고 적고 있다.

재판장면-과거회상-재판장면의 순환구조로 엮어질 연극'김수임'은 비록 극적인 허구의 세계에서지만'간첩 김수임'이'인간 김수임'으로 재조명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세월이 흘러도 역시 변치않는 것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정재왈 기자〉

<사진설명>

해방직후 암약한 여간첩 김수임 이야기가 한 여성작가에 의해 연극으로

꾸며진다.사진은 이화여전 재학시절 김수임(뒷줄 맨 오른쪽.이화여대

역사자료관 제공).톱스타 윤석화가 타이틀 롤을 맡아 열연이 기대된다.

작가 정복근, 배우 윤석화.방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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