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 피격-북한공작원 단정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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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한영(李韓永)씨 피격은 북한 공작원의 소행인 것으로 점차 좁혀지고 있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북측의 범행으로 보는 첫번째 이유는 李씨 본인이 피격직후 목격자들에게“간첩 소행”이라고 밝힌 점이다.

수사당국은 피격당시 복도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렸던 것으로 미뤄 범인들이 총을 쏘기전 자신들의 신분과 함께 저격 이유까지 밝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李씨가 확실하게'간첩'이라고 말한 것이 상대방의 정체를 알았기 때문이라는 추정이다.

두번째 근거는 총기를 사용했다는 점이다.국내에서 일반인이 소음기까지 장착한 권총을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총기가 북한 공작원이 자주 사용하는 벨기에제 브라우닝 권총이라는 사실도 간첩소행 가능성을 높여준다.브라우닝 권총은 크기에 비해 정확성이 높아 특수공작원들이 선호하는 총기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황장엽(黃長燁)노동당 국제담당비서가 망명하자마자 곧바로 중앙통신을 통해 보복을 언급한 부분도 추정을 뒷받침한다.

북한이 지난해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이후 백배천배 보복위협을 한뒤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최덕근(崔德根)영사가 피살된 전례도 있다.

또 李씨가 지난해 성혜림(成惠琳)망명설 이후 줄곧 공개적으로 김일성(金日成).김정일(金正日)일가의 사생활을 공개하고 북한체제를 비판,북한의 비위를 거슬려왔다는 점 역시 범행 가능성을 높여준다.

한동안 잠잠했던 李씨는 이번 黃비서 망명 이후 다시 언론을 통해 북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李씨가 북한 최상위층에 속해 있었다는 사실도 북한이 李씨를 선택한 이유로 지목된다.

그러나 간첩의 소행이라고 해도 남파간첩인지,고정간첩인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수사당국은 범인들이 평소 주거지가 일정치 않은 李씨의 근거지를 알고 있었던 점을 들어 고정간첩에 의한 범행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망명한 黃비서가“남한에 5만여명의 고정간첩이 있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고정간첩 소행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하지만 경찰은 범행이 짧은 시간안에 치밀하게 이뤄진 점등으로 미뤄'킬러훈련'을 받은 북한사회문화부 소속 공작원들이 남파돼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창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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