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학교 졸업 후 원양어선을 타다 1990년 귀농해 유기농 채소 재배를 시작했다. 재배기술이 없는데다 유기농 시장이 형성 안 돼 처음 몇 년은 실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유통과정을 꼼꼼히 체크해 3일 이상 된 제품은 무조건 폐기하는 원칙으로 신뢰를 쌓았다.
또 채소를 4~5가지씩 묶은 쌈채소 세트를 출시해 편의성을 높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가 생산한 채소는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30~50% 높은데도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무주 안성면의 조규식(54)씨는 집념 어린 연구로 천마 작목반을 구성해 억대의 고소득을 올렸다. 천마는 산삼에 버금가는 효능이 있지만 뽕나무 버섯균사에 기생해 사는 특성 때문에 생산량이 적고 인공 재배의 성공률도 20~30%에 불과했다. 조씨는 덕유산 자락이 천마 자생지라는 점에 착안해 시범재배단지를 설치하고, 3년간 연구한 끝에 생존율을 60%까지 끌어 올렸다.
그는 천마재배 노하우를 혼자만 간직하지 않고 현지 농민들에게 가르쳐 작목반을 만들었다. 이렇게 공동 생산한 천마를 엑기스와 환·차·과자 등으로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김씨나 조씨처럼 전북지역에서 지난해 1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농가는 2511가구다.
전북도내 전체농가 (12만 여 가구)의 2.07%에 해당한다. 전북도 농업기술원이 조사한 결과다. 여기서 소득은 농가에서 1년간 농·축산물로 벌어들인 조수입으로 사료·농약·자재 비용 등을 제외한 순수익과는 차이가 있다.
분야별로는 축산이 1143농가(45%)로 가장 많았고, 벼농사·과수·채소 순이었다. 전북지역서 가장 많은 소득을 올린 농민은 익산시 낭산면의 이영주(53)씨. 그는 150ha 밭에서 고구마를 재배해 한해 매출을 무려 27억원이나 거뒀다.
농민들은 억대 수입을 올리기 위한 필요 조건 중 영농의 규모화를 첫째로 꼽았다.
쌀 10㏊, 고구마 5㏊ 이상 농사를 짓거나 한우 18마리, 돼지 360마리를 키워야 일년에 1억원이상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여기에 농민 개개인의 생산기술 및 고품질을 위한 연구 노력, 시장 정보 확보도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명수 전북도 농림수산국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더 많은 농민들이 억대 갑부 계열에 합류할 수 있도록 분야별 고소득 모델을 개발하고, 체계적인 교육과 컨설팅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