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가슴 태울 일 적은~ 인덱스펀드·ETF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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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최소한 중간’ 노려라=주가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 바닥을 찍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세계 경제가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어서다. 이럴 때 초보 투자자가 개별 종목 투자를 시작하기는 부담이 크다. 널뛰기 장에서 자칫 종목을 잘못 골랐다간 주가지수가 오르더라도 나 홀로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도 마찬가지다.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성장형 펀드는 선호하는 종목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비중보다 많이 담는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산 종목이 급락할 경우 다른 펀드보다 성적이 확 나빠질 수 있다.

주가지수와 비슷한 성과를 내도록 만들어진 인덱스펀드나 이를 거래소에 상장시킨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면 이런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삼성투신운용 배재규 상무는 “이들 상품은 수익률 1등을 하긴 어렵지만 꼴찌도 하지 않는다”며 “지금처럼 어느 종목에 문제가 생길지 알기 어려운 때는 위험이 고루 분산된 인덱스펀드나 ETF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대형 우량주 중심의 코스피200 지수를 따라가는 펀드 외에 각종 국내 업종지수나 해외 주가지수를 따라가는 상품도 있다.


장기 투자할 생각이라면 인덱스펀드나 ETF가 더 유리해진다. 대우증권이 미국에서 ‘월가의 전설’로 불린 피터 린치가 운용했던 마젤란펀드의 42년간 수익률을 따져봤더니 19년은 주가지수(S&P500)보다 성적이 좋았고, 23년은 나빴다. 아무리 뛰어난 펀드도 항상 시장을 이기긴 어렵다는 뜻이다. 수수료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일반 주식형펀드는 매년 2~3%의 수수료를 떼간다. 하지만 인덱스펀드는 절반 수준인 상품이 많다. ETF는 연 1%가 채 안 된다.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리해지는 이유다.

◆주가 빠질 땐 적립식=초보 투자자는 적립식이 거치식보다 항상 유리할 거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둘 중 뭐가 나을지는 가입 후 주가 흐름에 달려 있다. 펀드에 가입한 뒤 주가가 계속 떨어지기만 할 때는 당연히 적립식이 손해를 덜 본다. 주가가 빠질 때도 주식을 계속 사기 때문에 평균 매입 가격이 떨어져 ‘물타기’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가가 끊임없이 오를 때는 거치식의 수익률이 높다. 주가가 쌀 때 왕창 사놓은 덕을 본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 경우는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주가는 일정 기간 떨어지다가 반등하거나, 상승하다 다시 꺾일 때가 훨씬 많다. 대우증권이 펀드 기준가가 1000원에서 출발한 뒤 매달 같은 폭(10원)으로 오르거나 떨어지는 상황을 가정해 실험했더니 주가가 1년간 하락한 뒤 계속 반등할 때는 적립식이 유리했다. 가입 1년 뒤에는 수익률이 거치식보다 5.77%포인트 높았고, 2년 뒤엔 6.27%포인트로 차이가 벌어졌다. 3년 뒤에도 여전히 적립식의 수익률이 2.56%포인트 높았다. 반대로 주가가 1년간 오른 뒤 계속 떨어질 때는 1~3년차 모두 거치식이 유리했다.

주가가 짧은 주기로 등락을 반복할 때는 가입 직후가 중요했다. 가입 직후 주가가 떨어졌다면 적립식이 나았고, 올랐다면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이병훈 연구위원은 “지금 같은 주가 조정기에는 적립식 투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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