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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일본 학생들의 새 팬시풍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다마곳치'.프리크라'.스타크라'.요즘 일본의 중고생,특히 여학생들은 이 세가지 물건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스타크라는 한번 찍은 사진을 스탬프에 저장해 스탬프를 종이에대고 누르는 동작만으로 몇번이고 판박이할 수 있는 기구다..스탬프 클럽'의 일본식 약칭으로 가격은 한번 촬영에 5백엔(약 3천5백원).
다마곳치는 한손에 쏙 들어오는 작고 귀여운 비디오게임기로 지난해 11월 판매개시후 선풍이다.화면에 뜨는 병아리에게 먹이를주고 배설물을 치워주며 뱀같은 위험한 동물도 퇴치하면서 무사히어미닭이 될 때까지 키우는 게임이다.일본최대의 장난감업체 반다이사의 30대 여성연구원이 개발했다는 다마곳치는 지난 2일 제2탄 발매를 통해 인기를 재확인했다.
가격은 개당 1천9백80엔(약 1만4천원)이지만 워낙 품귀라유명백화점들은 1만원이상의 매상을 올린 고객에게 다마곳치를 살수 있는 추첨권을 서비스하고 있을 정도다.
.조이포토'라는 이름으로 한국에도 수입된 프리크라는.프린트 클럽'의 약칭으로 일본 여.중고생 사이에서는 이미 필수품으로 정착했다.3백엔(약 2천1백원)을 내고 촬영하면 우표 크기만한사진이 인화돼 나온다.조그마한 컬러사진을 가방.책 상.공책에 붙이거나 친구들과 서로 주고받는 새 풍속도를 형성중이다.
평범한 일본 중고생들의 일상은 한국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대학진학을 위한 과외공부,미래에 대한 불안,이성에의 동경등 어느 시대에나 있는 청소년 나름의 고민에 빠져있다는 의미다.그러나 성(性)의 측면에서는 한.일 양국의 문화가 사뭇 다르다.
서구문화의 영향이 더 깊숙이 스며든 일본쪽이 확실히 한국보다 개방적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예로 들어보자.한국의 경우 지*난해 가을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조사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고생중 성경험자 비율은 16.2%였다.이 조사에서 여학생은 빠졌으나 남학생보다 비율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비슷한 시기에 도쿄(東京)도내 초.중.고교 교사로 구성된.성교육연구회'가 조사한 결과 여고3년생의 성경험 비율은 93년보다 11.7%나 증가한 34%로 남고3년생(28.6%)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3명중 1명꼴인 셈이다.아무래도 처녀성 이나 동정을 별로 가치있게 여기지 않는 현대 일본사회의 풍속도 탓이 아닌가 싶다.
최근에는 중.고생의 마약.각성제 복용이 골칫거리다.지난해말 후생성이 발간한 마약백서에 따르면 95년 한햇동안 93명(전년대비 1백21%증가)의 고교생이 각성제단속법 위반혐의로 검거됐다. 살빼는데 효과가 있다는 소문에 각성제를 복용한 여학생들도단속에 걸려들었다.
다마곳치나 프리크라가 대부분의 중.고생을 매료시키는 놀이감인데 비해.원조교제'.텔레크라'.오야지가리'등은 이른바 문제학생들의 전용용어다.여고생이 30대이상의 남성어른으로부터 용돈과 외제사치품을.원조'받는 대가로 함께 어울리는 일이 원조교제다.
이는 사실상 매춘행위인지라 딸의 이런 탈선에 속을 태우는 부모들이 많다.
.텔레폰 클럽'의 줄임말인 텔레크라는 전화로 이성을 소개받고당사자간에 합의만 되면 교제로 발전하는 일종의 소개업.
일부 여중.고생들이 용돈을 목적으로 참가하는 바람에 심심치않게 문제가 된다.밤길을 혼자 걷는 중년층 남성을 골라 집단으로때리고 돈을 빼앗는.아저씨 사냥'(오야지가리) 행위 역시 종종신문 사회면에 등장한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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