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脫北>'61 황태성사건.'97 황장엽 망명 비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해말부터 정치권에는.북한변수론'이 강력히 나돌았다.대선(大選)정국에 북한상황이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이다.
.남북정상회담 성사설'.북한의 국지적 도발로 인한 선거 무산설'등 갖가지 시나리오가 떠돌았다.그러다 노동관계법 파문.한보사태등으로 국내정치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황장엽(黃長燁) 북한노동당비서의 망명은 북한 변수론을 다시 전면으로 부상시키고 있다.북한의 향후 대응과 그가 한국으로와 취할 언행에 따라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들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술서등에서“민족을 불행에서 구원하기 위해 남쪽 인사들과 협의하고 싶다”며“한국의 중요한 권력내에 북한 사람이 박혀있다”고도 했다.당장 후자의 발언만으로도 한국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신한국당 김철(金哲)대변인은 이를 받아 철저한 간첩색출 작업을 당국에 촉구한후“그동안 안보관계의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가 조사받았던 서경원(徐敬元)의원 밀입북사건을 염두에 둔듯한 논평이다.정치권은 벌써부터.뜨끈뜨끈'해지는 양상이다.
국민회의는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졌다.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즉각“黃씨의 망명을 빌미삼아 한보게이트를 덮으려 한다”며“이는한보 핵심에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현철(賢哲)씨가 관계됐기 때문이라고 믿는다”는 성명을 냈다.
최강수를 던짐으로써 한보사건 희석화를 막고 공안정국 조성도 차단하겠다는 시도로 읽힌다.
국민회의의 한 중진의원은“공안정국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고 이경우 야당의 대선전략에 유리할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그는“黃비서가 대선 한두달전쯤 국내로 *들어와 엉뚱한 소리를 하면 야당만 당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자민련 이동복(李東馥)의원은“여당이 이 사건을 이미 이용하고있고 앞으로도 대선정국에 충분히 이용할 것”이라며“야당으로선 악재(惡材)가 분명하지만 黃비서가 말한 권력내 친북세력은 분명정부 내부문제”라고 못을 박았다.
북한변수는 중요 고비때마다 국내정치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87년의 KAL기 폭파사건,92년 대선을 앞둔 간첩 이선실(李善實)사건,지난해 총선때의 판문점 무력시위 사건등이다.
黃비서의 망명 이외에도 앞으로 어떤 돌발변수가 발생할지 아무도 모르는게 요즘의 북한사정이다.따라서 올 대선에서도 북한변수는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종혁 기자> 망명을 요청한 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가 머무르고 있는 베이징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생수.과일등 생필품이 반입되고 있다.
[베이징=주기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