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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tart] 빈곤 아동 750명 서울대공원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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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 22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빈곤층 어린이 글짓기.그림그리기 잔치에서 어린이들이 "우리를 지켜주세요"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변선구 기자]

"따뜻한 말 한마디가 듣고 싶은데…."

지난 22일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삼천리대극장 앞. 자신의 어려운 가정 형편을 애틋하게 써 내려가던 이슬(가명.초등 6)양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들이 같이 놀아주지 않아 너무 속상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막노동하시는 새 아빠와 식당일을 거드는 엄마. 얘기할 사람도 없는 텅 빈 집이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저보다 어려운 처지의 애들이 많은 걸 보니 부끄러워요. 열심히 공부할래요."

전국의 빈곤층 어린이 750명이 '서울대공원 외출'을 통해 해맑은 동심을 되찾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용기와 희망,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사회복지단체 '부스러기사랑나눔회'와 우림건설이 마련한 '글.그림 잔치'에서였다.

참가 어린이들은 대부분 한 부모나 조손(祖孫)가정, 소년소녀가정 출신. 학교가 끝나면 갈 곳이 없어 지역아동센터(공부방)에서 지내는 아이들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서울대공원에서 '우리를 지켜주세요'라는 주제로 자신들의 어려움과 희망 등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온 전모(10)군은 "대통령 아저씨, 쉼터에서 생활하다 보니 가난하지만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애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라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외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李모(10.전북 익산)군은 "연말연시에 받는 선물보다는 평상시 함께 놀아주고 공부를 가르쳐주는 형.누나가 더 필요하다"며 여럿이 신나게 뛰노는 그림을 그렸다.

몽골.페루.카자흐스탄 등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녀 7명도 함께 어울렸다. 페루 출신 브라이언(11)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내용의 그림을 통해 "가난하지만 한국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싶다"는 소망을 빌었다.

어린이들은 이날 오후 4시까지 롤러코스터 등 놀이기구를 타며 가난에 갇혀 있던 동심을 맘껏 발산했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는 1993년부터 전국 빈곤층 아동들을 위한 글.그림 잔치를 열고있다. 이번 행사의 입상자는 오는 7월 발표하고 작품 전시회도 연다. 이 단체의 이자영 지원팀장은 "빈곤층 아이들에게는 가슴의 응어리를 확 풀어줄 나눔의 공간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We Start 운동본부'와 중앙일보가 함께하는 빈곤층 아동돕기 운동이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blast@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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