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맏형 격인 현대건설은 참 대단하다. 남들은 다 죽겠다고 야단이지만 현대는 태연하고 여유롭다. 평소 위기관리를 철저히 해 부실 프로젝트가 거의 없고 더욱이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미리 따놓은 일감이 많아 내년에도 별 걱정이 없다. 그래서 신입사원도 많이 뽑는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올해 창립 61주년을 맞은 현대건설은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중동 등 해외시장에서 수익성이 뛰어난 공사만을 선별 수주한 덕분이다. 국내 주택시장에서도 힐스테이트란 아파트 브랜드로 수요자의 관심을 모아 미분양도 별로 나오지 않았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갑자기 우리 경제가 기울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가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다.
“국내 1만4000여 개에 달하는 일반 건설업체 중 모든 건설업체가 어려운 건 아니다. 꾸준히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해외와 국내 사업 비중을 적절히 안분한 업체는 지금 같은 상황이 오히려 기회다.”
-이 난국 속에서도 해외건설 수주는 호조다. 현대건설의 수주 누적액이 올해 600억 달러를 넘은 것으로 안다.
“2006년 취임 이후 해외사업 비중을 늘리는 데 경영의 초점을 맞췄다. 때마침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중동의 산유국들이 발주 물량을 쏟아냈다. 중동 주요 발주처들은 현대건설을 선호한다.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현대건설은 믿고 맡길 만한 업체라고 생각하는 발주처들이 많다. 1970년대부터 쌓아온 신뢰 덕분이다.”
-해외건설 수익성도 좋아졌나.
“2006~2007년 해외 발주처로부터 공사 관련 선수금을 많이 받아놨는데 환율이 오르면서 환차익이 적지 않다. 요즘 그때 따놓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때마침 철근 등의 원자재 값이 떨어져 수익성이 오히려 좋아지고 있다.”
-일부에선 유가가 내려 이전 같은 오일달러 특수가 계속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유국만 현대건설의 발주처는 아니다. 내년에는 유가 영향을 적게 받는 싱가포르나 동남아 지역에 신경 쓸 계획이다. 이들 지역도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공공공사 발주를 늘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분양 물량이 많지 않은 데 이유는.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다고 볼 수도 있다.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만드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2006~2007년 아파트 사업 수주를 많이 못했다. 지방 주택사업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서울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집중한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요즘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화두다. 현대건설은 어떤가.
“외환위기 이후 유동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2006년 워크아웃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피눈물을 흘린 임직원이 많았다. 현대건설은 내년에도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구조조정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내년 2월 학교를 졸업하는 신입사원 300명 정도를 뽑았다. 아주 훌륭한 인재들이 많아 기대가 크다. ”
-우리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 절실한 때다. 업계의 맏형 역할을 하는 현대건설의 CEO 입장에서 해법을 제시한다면.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위기 대처능력이 뛰어나다. 이번 위기도 잘 넘길 것으로 본다. 이제는 건설업체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해외시장을 보면 돌파구가 보인다. 해외에서 호평받고 있는 반도체·자동차·조선업처럼 건설업계도 해외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
만난 사람=최영진 중앙일보조인스랜드 대표
정리=함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