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선 가치주가 ‘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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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요즘 주요 증권사의 시장 전망 보고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가치주’다. 가치주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실적·자산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을 말한다. 고성장은 못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주주에게 배당을 많이 주는 것도 가치주의 요건이다. 가치주가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는 세계 경제가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국면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고성장으로 돌아서려면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5년 이상 걸릴 거란 분석도 나온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기업의 성장성도 당연히 약화한다. 이익이 쑥쑥 늘어나는 성장주를 사서 재미를 보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세계적으로 ‘디레버리지(차입 축소)’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성장주에는 악재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차입금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 가치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환율·금리·경제성장률처럼 기업 실적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면서 이익 전망이 어려워진 것도 성장주에 대한 투자 매력을 낮추고 있다. 성장이 언제 꺾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 가치주를 부각하고 있다. 2일 우리투자증권이 1998년 이후 국내 증시의 상승·하락기를 세 번씩 뽑아 주요 성장·가치주(각 30개)의 수익률을 비교해 봤더니 증시가 상승세일 때는 성장주가 코스피지수에 비해 좋은 성적을 올릴 확률이 67%로 가치주(36%)보다 훨씬 높았다. 반면 하락기에는 가치주(73%)가 성장주(47%)를 월등히 앞섰다. 개별 투자지표를 따져봐도 주가 상승기에는 매출액·영업이익·자산 증가율이 높은 기업이 코스피 대비 성적이 좋을 확률이 높았다. 하락기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과 부채비율이 낮고 배당을 많이 주는 종목의 성과가 나았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지금은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투자를 해야 할 때”라며 “보유 주식이 지나치게 성장주 위주로 돼 있다면 교체를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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