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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환율 오름세로 돌아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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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 위안(元)화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인민은행이 고시한 2일 위안화 환율은 미 달러당 6.8527로 마감해 전날보다 0.032% 올랐다. 전날엔 한때 거래제한폭인 0.5%까지 치솟기도 했다. 1년 후 환율을 가늠해볼 수 있는 역외(NDF)시장의 1년짜리 선물환 환율은 달러당 7.2위안까지 오른 상태다. 시장에선 앞으로 위안화 환율이 5% 정도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본다는 의미다.

환율 상승은 위안화 가치의 하락을 뜻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3년 전 중국 정부가 시장가치를 반영하는 환율제도를 도입한 이후 줄곧 올라온 위안화 가치가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달러화에 고정시켜온 환율제도를 2005년 7월부터 달러·유로·엔 등의 시장환율을 섞어 기준 환율을 정하는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로 바꾼 바 있다.

최근 위안화 환율을 끌어올린 직접적 원인은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였다. 인민은행은 9월 이후에만 네 차례 금리를 내렸다. 지난달 27일에는 1년짜리 예금 금리를 한번에 1.08%포인트 내리기도 했다. 11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인하였다. 금리를 낮추면 해당 국가 통화가치는 떨어진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세계 금융위기로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자국 내수경기를 부양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0월부터 둔화하고 있는 수출을 증가세로 반전시키기 위해 당국이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5년 7월 이후 위안화 가치는 17%가량 절상돼 중국 수출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지난달 12일 브라질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회의에서 수출 증가를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 추세가 중단되고 절하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보는 건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4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과 미국의 경제전략대화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강하게 넣으면 위안화 절하 추세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수출 비중이 30%가 넘는 중국 입장에선 성장을 위해 위안화를 절하시키는 게 유리하지만 절하 추세가 굳어지면 중국에 들어와 있는 달러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우려도 있다.

한국으로선 위안화 가치가 떨어져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는 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중국 수출품의 중간재를 한국이 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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